중증환자 비율 확대가 상급종합병원들 최대 당면 과제로 주어지면서 일부 병원은 중증환자 확보 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빅5 병원 등은 걱정이 덜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증환자 비율이 낮은 수도권 일부 대학병원들과 지방 상급종합병원들은 벌써부터 고민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중증환자 비율을 맞추기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의료최고도 환자 유치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의료개혁 일환으로 의료전달체계 최상위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게 구조를 만들기 위해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돌입했다.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기능에 적합한 환자에 집중하도록 진료구조를 전환해 중증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게 골자다.
병원별로 현재 중증진료 비중이 상이한 만큼 70% 상향을 목표로 하되 중증 비중이 낮은 병원은 70%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중증환자 비율이 높아질수록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인 만큼 상급종합병원들은 중증환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는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의 약 90%인 42개 기관이 참여한 상태다.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수행하면서 기회를 잃은 삼성서울병원, 울산대병원, 인하대병원 등 3곳과 강북삼성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참여했다.
막상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기관으로 선정은 됐지만 중증환자 비율 확대를 고민하는 병원들이 적잖다.
실제 몇몇 수도권 대형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들은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과정에서 늘 중증환자 비율 충족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전문진료질병군 입원환자 비율은 21%에서 30%, 최근에는 34%까지 상향 조정됐고, 그 때마다 병원들은 고충을 토로했다.
이번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중증환자 비율을 3년 내 70%까지 높이는 게 핵심인 만큼 일선 상급종합병원들로서는 중증환자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병원의 경우 중증환자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임의로 환자비율을 조절하는 촌극까지 연출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자력으로 힘든 중증환자 비율 높이기가 여의치 않은 병원들은 경증환자 비율을 줄이는 방식으로 구성비율을 맞춰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시즌이 되면 ‘외래진료시 경증환자 비율을 줄이라’는 특명이 내려졌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앞으로는 일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상급종합병원 진료부원장은 “일각에서는 중증도 보정을 위해 질병코드 변경 등의 편법이 동원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며 “중증환자 확보가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상급종합병원들은 중증도 비중 확대를 위해 의료최고도 환자들을 놓고 요양병원과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증도 문제는 상급종합병원 내 진료과 간 위화감 조성으로도 비화되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경증질환 비율이 높은 진료과 입지는 줄어들고 중증질환을 주로 보는 진료과 위상은 높아지는 기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중증도를 높일수록 지원금을 많이 받는 구조 탓에 병원들이 질병 분류표 상 증증도가 낮은 진료과를 홀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증도가 높은 전문과목도 진료에만 치중하면 교육과 연구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며 “진료과 간 위화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