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난 지 무려 10개월이 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사직·임용포기 전공의 9164명 중 4111명(44.9%)가 재취업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6.9%(2341명)가 의원급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재취업률은 각각 1.8%(72명), 15.8%(648명)에 그쳤다. 이러한 가운데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의사들이 계속 의사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닥터프레너’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동료들이 원하는 분야에 취직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일차의료 중심 기구·술기 교육에 나섰다. 데일리메디가 김국원·김경훈 닥터프레너 공동대표로부터 활동 목표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김국원 대표[사진, 왼쪽]는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사직 전공의다.
올해 3년차 수련을 앞두고 있던 그는 정부의 일방적 의료개혁 추진으로 자신과 동료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느껴 사직서를 냈다.
김 대표는 많은 전공의들이 구직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며 문제점을 인지했다.
그는 “이미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지식을 갖춰 실무를 어느 정도 배우기만 하면 금방 적응할 수 있지만, 정작 실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존 병원급에 적합하게 훈련받고 있던 전공의들이 개원가로 나와 주로 일차의료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이라고 닥터프레너 출범 계기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사직 전공의인 김경훈 대표는 김국원 대표와 이 같은 문제인식을 공유하며 손을 맞잡게 됐다.
김경훈 대표는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발표로 인한 의사국시 거부 사태 당시에는 의대생 본과 4학년이었다.
4년이 지난 올해, 의료대란 사태에서는 사직 전공의 당사자가 됐다. 그는 재현된 의정갈등 속에서 이번에도 젊은 의사들을 위한 길을 모색했다.
김경훈 대표는 “의대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2020년 ‘투비닥터’라는 단체를 설립했다”며 “올해는 사직 전공의들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며 김국원 대표와 힘을 합쳤다. 투비닥터와 닥터프레너 모두 젊은 의료인을 돕겠다는 목적은 같다”고 밝혔다.
두 대표가 만나 결성한 닥터프레너는 사직 전공의들에게 일차의료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구·술기 등에 대한 교육을 중심으로 실용적이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교육을 받은 사직 전공의들이 추후 병의원 등에서 참관하고, 원하는 분야에 취업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 단계까지 구상 중이라는 설명이다.
“사직 전공의, 일차의료 현장 실무 교육 기회 부재”
“술기교육 등 실용의학 제공···원하는 분야 취업 지원”
“제1회 일차의료 세미나, 뜨거운 반응과 쏟아진 감사”
지난 10월 27일에는 ‘제1회 일차의료 101’ 세미나도 개최했다. 감기 증상과 복부 증상에 대한 일차개원가에서 필요한 지식, EMR 사용법, 이비인후과 기본장비 사용법에 대한 강의였다.
김국원 대표는 “약 200여명이 현장에 참여했고, ENT unit 술기는 강의 오픈과 동시에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워 놀랐다”고 돌아봤다.
이어 “열심히 준비한 세미나가 성공적으로 유치되는 건 반갑지만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며 “상급병원에서 중증·응급의료를 행한 선·후배, 동기들이 이러한 교육 수요가 높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훈 대표는 “1차 세미나에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상당히 많이 받았다. 작금의 혼란 속에서 사직 전공의들의 교육·취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또 “전공의들이 주도해 직접 기획했고, 많은 학회와 의사회 선배들이 도움을 줬다”라며 “전공의들의 수요를 파악해 직접 기획한 방식 덕분에 참가자들 반응이 더욱 긍정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닥터프레너는 오는 8일 ‘제2회 일차의료 101’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주제는 개원가에서 흔히 접하는 X-ray다. 지난달 27일 모집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현장참석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열기를 띠었다.
닥터프레너의 목표는 단지 의정사태·의료대란 속에서 사직 전공의들의 취업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젊은의사에게 필요한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훈 대표는 “젊은의사들에게 충족되지 못한 교육 수요는 의료대란뿐 아니라 이전부터 존재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간극을 좁히며 동료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국원 대표는 “젊은의사들이 공부한 내용을 실용 의학으로 풀어낼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며 “또 비영리 단체로서 안전하고 건강한 의료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