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숙달되지 않은 의사가 내시경 검사를 할 경우 감수해야 할 심각한 결과를 경고합니다."
대한내과학회와 유관기관인 대한소화기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대한내과의사회는 3일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가 논의 중인 '내시경 검사 인증 교육기관 확대'에 우려를 표했다.
현재 국가암관리위원회 산하 암검진 전문위원회는 '5주기 국가암검진 평가'(2025~2027년)를 앞두고 내시경 인증의 자격과 부여 권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시경 시술 인증의' 자격을 부여하는 권한은 내과 전문의 중심 학회인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두 곳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 위원회 논의에서 종전까지 내과가 도맡았던 내시경 시술 인증의 교육 및 자격 부여 권한을 외과와 가정의학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학회 간 의견 충돌이 일고 있다.
"내시경 검사에 내과 전문성 필수…환자안전과 의료 질 문제"
내과의사들은 내시경 검사 인증 교육기관을 다른 진료과 학회로 확대할 경우 내시경 검사 질(質) 하락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특히 지금도 내과는 물론 외과, 소아청소년과 의사도 인증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데, 수련과정이 부족한 학회가 교육 및 자격 부여 권한을 가져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내시경 검사 인증 교육기관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는 위·대장 내시경에 관한 '전문성'에 있다.
박중원 대한내과학회 이사장은 "내시경 암검진에서 내과 전문성이 중요한 이유는 병변을 정확히 진단하고 예방적 조치를 취하며 후속 치료까지 관리하는 복합적인 작업이기 때문"이고 밝혔다.
그는 "다른 진료과에서도 내시경을 시행할 수는 있지만 검사 후 바로 시행해야 할 치료 등 여러 후속 조치가 필요한데 내과 전문의가 담당하지 않으면 환자 관리 연속성이 끊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시경 검사에 필요로 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배제하는 것은 암(癌) 조기 발견에도 한계가 따를 것이란 입장이다.
박중원 이사장은 "수면내시경이 보편화되는 현실에서 섬세한 환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전문적인 이해와 숙련도가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복지부는 내시경 검사 인증 교육기관 확대 안건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라고 덧붙였다.
"진료과 확대, 내시경 검사 질 담보 안 돼"
학회는 이날 내시경 검사 교육기관 확대가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박종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은 "내시경 검사 인증 교육기관을 다른 전문학회로 확대한다고 내시경 검사 질이 향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질 하락을 걱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가치인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에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내시경 검사가 가능한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인력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인증을 받은 소화기내시경 세부 전문의는 매년 400명 이상 배출되고 있다. 현재까지 배출된 인력은 9500명에 달한다.
특히 학회는 내시경 검사에서 내과 전문성을 무시할 경우에는 결국 필수의료 분야인 내과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곽경근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회장은 "젊은의사들이 내과를 선택하는 이유는 자긍심과 보람에 있지만 역할이 축소되거나 무시되면 내과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내과 붕괴 및 전공의 지원 감소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의료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암검진 내시경 검사에서 내과 전문성이 중요한 이유는 내과 이익을 지키기 위한 단순한 이권 싸움이 아니다. 내과 전문성을 존중하고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