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약지역 중환자 응급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한 e-ICU(원격 중환자실) 사업에 속도를 낸다.
강훈식·박희승·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공동으로 취약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원격 중환자실(e-ICU) 확산 방안 마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에서 의료계와 정부는 취약지역 중환자 응급의료 대안으로 개발 중인 e-ICU 사업 진행 상황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 향후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스마트 병원선도사업을 통해 분당서울대병원과 기술 개발에 나섰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취약지역 응급의료 개선을 위한 ‘e-ICU’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권역 거점병원과 지역 의료기관 중환자실을 연결 한국형 ‘원격 중환자실’로, 현재 경기도와 인천 2개 권역 내에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하고 올해부터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호영 교수 "e-ICU, 취약지역 중환자 의료 개선 대안"
ICT 기술을 통해 개별 의료기관 중환자실 데이터를 통합관제시스템에 구축해 실시간으로 원내 협진, 생체 징후 및 응급상황 모니터링 등을 가능케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재는 분당서울대병원이 경기도의료원 산하 안성·이천·포천병원과 eICU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로, 인천에선 인하대병원이 인천의료원과 협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호영 분당서울대병원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사업부 교수는 “거점 병원 내 통합관제센터를 개발하고 협력병원 간 비대면 협진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데시보드를 통해 의료진 상호 간 얼굴도 확인하고 EMR 정보를 상급종합병원 협진 의사에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있는 의료진과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의료기관이 협업하게 되면 충분히 인력과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취약 지역에서도 안전한 중환자 진료 환경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의료원과 한국형 아르파-H(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 프로젝트에 선정돼 향후 5년간 정부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라며 “인공지능(AI)도 적용해 네트워크를 구성해 나가지만 현장형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역 병원의 중환자실 여건과 실제 진료인력 부족 등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재정 지원 없이 효율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응급환자 협진 과정서 어려움···최종 치료서 의료진 인력 필수"
올해 시범사업 기간 동안 의료 현장에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역거점병원과 협진 과정에서 결국 치료를 담당할 의료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상종 전원 과정에서 쓰이긴 하지만 초응급 환자 상담, 실제 치료로 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정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신경과장은 “실질적으로 eICU를 이용하는 것은 전원이 전제 됐을 때”라며 “환자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을 때 협진 병원에서 전원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응급환자 상담도 야간에 의사가 계속 상주해야 할텐데 그거 자체부터 의료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단계에서는 환자가 나빠질 수 있으니 협진병원으로 전원될 수 있다는 정보 제공, 보호자에게 우린 백업 병원이 있다고 알리는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수 인하대병원 통합집중치료센터장은 “eICU는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하나의 도구다. 중환자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지 해결책이 될 순 없다.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주체는 의료진”이라며 현재 인력으로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 "내년도 예산안 편성, 본격적으로 사업화 시작"
다만, 정부는 관련 지적에 대해 개선 의지와 함께 운영에 필요한 예산 확대를 예고했다. 권역 2개소를 확대 구축할 예산안을 새로운 안에 담았다.
홍석록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사무관은 “만들어 놓기만 하고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그동안 지원하지 못했다”며 “내년도 예산을 정부안으로 편성했고 문제가 없다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고 새로운 권역에 2개소 정도 구축할 예산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 취지 자체는 굉장히 좋고 매력적으로 느끼나 공통적으로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 작동이 될 수 있냐는 지적이 많았다”라며 “사망률을 낮추는 등 실질적인 성과들만 보여지면 빠른 시일 내에 확대될 사업일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내년 사업 계획 세우고 있는데 앞으로 사업들을 위해서도 성과를 같이 잘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