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계엄사태로 의료계와 정부‧여당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여당이 대통령 지키기에 나서면서 윤석열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던 의료계 분노와 실망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3차 브리핑을 열고 의료인을 향해 '처단한다'는 문구를 넣은 당사자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윤 대통령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은 난데없이 전공의와 의료인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체제전복세력과 동급으로 취급했다"고 힐난했다.
이어 전공의들은 이미 지난 6월 사직한 상태라고 설명하며 "윤 대통령은 철저히 '망상'에 기초해 전공의와 의료인을 반국가사범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래전 사직한 전공의를 반개혁 카르텔로 낙인찍는 망상에 기초해 현 의료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우리 사회가 겪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의료의 현실과 미래에 절망한 사직 전공의들이 다시 돌아와 수련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합당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이번 포고령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전공의 "지금은 대통령 독선에 제동 걸어야 할 때"
그러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비공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할 경우 가결된다. 즉 재적 300명 중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국민의힘을 제외한 의원들을 모두 합쳐도 192명에 그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탄핵소추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비상계엄 직후 이를 적극 반대하면서 비상계엄이 해제된 직후만 해도 탄핵소추안 가결 가능성이 컸으나, 국민의힘이 이같이 당론을 확정하며 가결을 확신할 수 없는 형국이 됐다.
앞서 여야의정 협의체를 진행하던 중 국립의대 신설을 지지한 국민의힘에 실망한 의료계는 또 한 번 '뒤통수' 맞았다는 분위기다.
대전협은 지난 5일 시국선언문을 통해 "사상 초유 사태를 두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반대를 결정했다"며 "이는 정권 재창출이라는 당리당략만을 추구한 결정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한동훈 대표를 향해 "그동안 면피를 위한 말만 늘어놓았을 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전무하다. 지금은 대통령의 독선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다.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일갈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장 후보도 5일 입장문을 내고 "만약 여당과 한동훈 대표가 또다시 침묵한다면 지금의 침묵은 독재의 공범이 되는 행위와 다름없으며, 이는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