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주수호 선생님과의 개인적 인연은 흡사 ‘전쟁’과도 같은 상황에서 맺어졌습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슈가 우리 사회 전체를 도배할 때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는 언론인과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대변인 간의 공적 만남이 그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끝이 안 보이던 의약분업 이슈가 마무리되고 이후 세월이 꽤 흐른 지금까지도 그와의 인연이 한결같이 이어지는 거로 봐선, 적어도 둘 중 한 명에게는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 매력의 주인공은 물론 ‘의사’ 주수호입니다.
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가 처음 대면한 주 선생님은 복합적인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진료실을 수호하면서 병약한 환자들과 씨름해야 하는 투박한 ‘외과 의사’이지만 한편으론 ‘인간적’ 풍미의 소유자임을 간파하기까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의쟁투 대변인과 복지부 출입기자 자격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의약분업 필요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일 땐 정연한 논리로 똘똘 뭉친, 예방의학 전공 의사로 비쳐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사람(저는 당시 ‘환자’로 해석했습니다)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사랑을 쏟아붓는 ‘인간’ 주수호를 목도하곤 했으니까요.
의쟁투 대변인을 거쳐 대한의사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조직 운영과 정부 등 대외 정책 파트너와의 관계 설정에서 각별한 노하우를 쌓은 그에게서 미래를 예측하는 힘이 있음을 감지하곤 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힘이란 비범함의 다른 표현이지요.
그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핵심적인 것에 무게중심을 둘 줄 아는 의사입니다. 당면한 사안에 집중하고 그러면서 호흡을 조절하고, 긴장을 여유로 바꿀 수 있는 인물입니다. 특별한 역량은 아닐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흉내 낼 수 있을 정도의 가벼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시야를 확장하면 범의료계, 다소 범위를 좁히자면 개원의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절체절명 위기 상황이라는 건 저만의 판단이 아닐 것입니다.
오랜시간 의료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적 삶을 살아 온 주수호 선생님이 미래 예측 역량과 균형적 감각을 발휘하여 이 위중한 순간을 헤쳐 나가는 데 해결사 같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그의 미래 예측 역량은 의협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의협이 생각하는 본질적인 것은 무엇이며, 의협 스스로 어떤 변화를 통해 국민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등 의협이 당면한 난제를 풀어나가는 데 유감없이 구현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