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준‧이슬비 기자]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으며, 그와 동시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을 넘겨받았다.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의견이 엇갈리며 최소 12명, 최대 23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尹 "마지막까지 최선···4대 개혁 발목 잡혀 속 타들어 가"
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안 가결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개혁 등 지난 정부가 하지 못했던 4대 개혁이 마음처럼 추진되지 않을 때는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었다"고도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선거에 불리할까봐 지난 정부들이 하지 못했던 4대 개혁을 절박한 심정으로 추진했다"며 "국민을 위해 고민하고 추진하던 정책이 발목을 잡혔을 때 속이 타들어가고 밤잠을 못 이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직무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을 때까지 정지되지만 윤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저는 지금 잠시 멈춰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저를 향한 질책, 격려와 성원을 모두 마음에 품고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탄핵 심판 충실"···민주당 "내란 가담자 처벌"
본회의 산회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안 가결에 대해 "국민 대표로서 엄숙히 선서한 헌법 준수를 따른 것"이라며 "국회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주의는 국민의 삶으로 증명된다. 국민의 생업과 일상이 빠르게 안정되고 경제·외교·국방 등 모든 면에서 대내외적 불안과 우려가 커지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합심하고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에 이어 내란 특별검사(특검)를 구성해 신속하게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 가결 후 "국민과 민주주의 승리다.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을 위해 매진하겠다"면서도 "12·3 내란 사태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고, 내란수괴 윤석열의 직무정지는 사태 수습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을 비롯해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 사태 전모를 밝히고 가담자들에 대한 처벌이 내려질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따라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재가 탄핵소추 결정을 받아들이면 윤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반면 헌재가 기각할 경우 탄핵안은 즉시 파기되고 윤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할 수 있다.
헌재가 파면을 결정한다면 그 결정 시기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늦어도 내년 8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탄핵 인용을 반드시 이끌겠다"면서 "12·3 비상계엄은 엄중한 사안인 만큼 헌법재판소도 탄핵 절차를 신속히 밟아 엄정히 심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제 겨우 작은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더 크고 험한 산이 기다리고 있다"며 "신속하고 엄정한 책임, 윤석열에 대한 파면 처분이 가장 빠른 시간 내 이뤄질 수 있도록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분···한동훈 대표 제외 최고위원 등 지도부 줄줄이 사퇴
앞서 공개 탄핵 의사를 7명이나 밝히는 등 분열 조짐이 있던 국민의힘에서는 탄핵안 가결 후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장동혁, 김민전, 인요한 최고위원과 진종호 청년최고위원 등 4명은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원외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SNS를 통해 사퇴 입장을 밝혔다.
당헌상 선출직 및 청년 최고위원 중 4인 이상 사퇴하면 최고위원회의가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의원총회 분위기에 대해 "상당히 격앙돼 있다. 여러 지적이 나왔고 저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말도 많이 하셨다"면서도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어떻게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며 정리코자 노력했다. 그래서 조기 사퇴를 포함한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을 고민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무산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 직무를 조속히 정지시키고 상황을 정상으로 빨리 되돌리려면 탄핵 가결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며 "저는 제가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탄핵 가결 환영…붕괴된 의료, 정상화되도록 협조해달라"
올해 의료개혁에 있어 윤 대통령과 장기간 대립각을 세웠던 의료계는 탄핵안 가결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환영한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올해 2월 윤 대통령은 의료계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의료계는 현재 처참하게 붕괴됐다"며 "계엄령을 깃털처럼 여기고 국민의 생명을 경시하는 윤 대통령에게 복잡한 의료생태계를 이해하려는 일고의 노력도 없었다"고 일침했다.
이어 정부 및 국회를 향해 "의료농단을 저지하고 의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며 "전공의와 의사들을 처단하겠다는 포고령을 작성한 자를 색출해 강력 철벌해야 한다. 또 의대 교육 붕괴를 막기 위해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역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오늘은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한 세력에 승리한 민주주의 승리의 날"이라며 "윤석열 정권에 의해 12월 3일 자행된 오늘은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한 세력에 승리한 민주주의 승리의 날"이라고 환호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주술적 신념에 의해 자행된 수많은 반민주적 정책은 이제 국민의 명령으로 되돌려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환영의 뜻을 밝히며 "현명한 국민께서 이제는 윤석열 발(發) 의료 탄압, 의대 탄압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며 "우리 의대 교수들은 존경하는 국민과 함께 의료정상화, 의대교육 정상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탄핵안 가결을 반기는 한편 의대 증원 등 의료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강희경 후보는 특히 "2025년 신입생과 2024학번 의대생들이 받을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수호 후보는 "의료농단 사태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권에 부역하면서 대한민국 의료를 망가뜨리는데 앞장서 온 핵심 관계자들을 업무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며 보건복지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등을 지목했다.
최안나 후보도 "추진하던 의료농단 동력은 상실됐지만 동시에 이 사태를 책임질 사람 역시 사라졌다"면서도 "2025학번 정시모집, 전공의 모집 실패부터 2월에 있을 사직 전공의들 군(軍) 입대 문제, 3월 개강 예정인 의대교육 사안 등을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