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국민 메시지와 홍보 전략 짤 역량이 부족하면 전문적인 사람이라도 고용해라”, “청문회 시간 한정적인데 말 좀 빠르고 간결하게 해라”, “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같은 말을 해서 악의적인 기사가 나갈 빌미를 주냐.”
지난 8월, ‘젊은 의사가 제안하는 의료정책 공모전’ 시상식 및 간담회에 참석한 저는 그동안 의협에 쌓인 분노와 답답함을 쏟아냈습니다.
그렇게 불만 가득한 상태로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에서 정책자문위원 일을 시작했습니다. 투쟁을 이어가며, 열심히 자정을 위한 정책을 만들면 의협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10년, 20년 후 입법자들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마약한 의사, 대리수술한 의사를 면허 취소시키고 싶어도 의협은 면허관리 권한과 조사권이 없어 자율 징계가 불가능했습니다.
36주차 임신중절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비윤리적 시술을 관리하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산부인과 의사 역시 형편없이 낮은 수가의 피해자이자, 임신중절 법적 부담을 오롯이 지는 약자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처음의 명료함은 사라지고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지, 바꿀 수는 있을지 고민하는 나날들이 많아졌습니다.
의협에는 저 같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뜨거운 마음을 품고 들어왔으나 현실에 가로막힌 이들이 나이를 막론하고 많았습니다.
유능하고 정의로웠지만 세상은 그것만으로 작동하지 않기에 좌절하고,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최안나 후보였습니다. 최안나 후보와는 일하면서 자주 만나고 때로는 함께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의대생이나 전공의와 대화할 때면 최안나 후보는 "늘 고맙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눈에는 늘 미안함이 묻어났습니다.
아마 한창 의학 공부에 매진해야 할 대학생이 이렇게 발로 뛰어다녀야 하는 상황을 만든 선배 의사로서의 감정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라는 바가 모두 실행되기 어렵고 뒤엉킨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미안함. 그리고 분노하고 실망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뭐라도 개선해보려는 열정에 대한 고마움이었습니다.
"파업 전공의는 없다고 가장 먼저 계엄사령부에 반박하는 그 문자 보낸 후보"
이 지지 기고문을 통해 밝히고 싶습니다. 제가 더 고맙습니다. 후보가 의협 대변인으로 참여한 백분토론 때부터 저는 후보를 응원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의대생과 의사를 욕하던 6월, 상처받고 틀어박혔을 때 처음 만난 강하고 멋진 선배였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받아치는 모습을 혼자 응원하곤 했습니다.
나중에서야 사직 전공의들을 질타하는 국립중앙의료원장을 강력히 비판하며 난임센터장 자리를 그만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계엄이 선포된 밤에 후보가 보낸 문자를 보았습니다. 계엄이 해제될지 불투명한데도 파업 전공의는 없다고 가장 먼저 계엄사령부에 반박하는 그 문자.
상처 입은 의대생들을 대신해 백분토론에서 맹렬히 싸워주며 울분을 풀어줘 고맙습니다. 안정적이고 존경받는 자리를 버리고 자신과 관련 없는 전공의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줘서 고맙습니다.
‘처단 1순위’가 될지언정 끝내 꺾이지 않고 그 자리에 버텨줘서 고맙습니다. 최안나 후보가 그려온 삶의 궤적에 저는 설득됐습니다.
관록있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는 사람, 정의롭고 열정적인 동시에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 포용력 있게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게 투쟁을 이어가는 사람….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을 믿어보고 싶습니다. 최안나 후보가 그리는 의협을, 의료계를, 한국을 살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