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원개발사인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가 코스닥 상장에 나선 가운데, 오스코텍 주주들이 '중복 상장'이라며 상장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오스코텍 주주연대는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앞에서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의 국내 상장을 반대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주주 30여 명이 참석했다.
제노스코는 유한양행의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를 발굴한 기업이다. 모회사 오스코텍이 신약 개발을 위해 지난 2008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했으며, 지분 59%를 오스코텍이 갖고 있다.
지난 9월 렉라자가 병용요법으로 미국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수백억 원의 마일스톤을 확보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마일스톤은 6000만 달러이며 유한양행, 오스코텍, 제노스코가 6대 2대 2로 나눠 갖는다. 향후 미국 매출이 발생하면 수령하는 마일스톤 규모는 확대될 전망이다.
논란은 제노스코가 지난 10월 22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제노스코 상장이 오스코텍 주주 가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주주연대는 "오스코텍은 모든 바이오텍이 그렇듯 수없이 많은 유상증자를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주주들은 고통을 감내해 왔다. 특히 2022년에는 대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연이어 단행해 한 해에만 기업가치 절반이 증발했지만 2024년 8월 기나긴 기다림의 마침표를 찍는 폐암신약 FDA 승인이 이뤄졌다. 하지만 함께 신약을 개발한 유한양행과 달리 오스코텍 주가는 자회사 중복 상장 이슈로 또 다시 반토막이 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스코텍 김정근 대표는 비상장사인 자회사 제네스코를 이용해 편법 증여를 지속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김정근 대표 자녀가 제네스코의 보스턴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황을 볼 때 김정근 대표 가족을 위해 제네스코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제노스코는 FDA에 신약 승인 신청을 마친 후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형태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발행했는데, 이 거래로 이득을 본 주체가 김정근 대표이사의 가족이라는 의혹이 시장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주주연대는 "이러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제노스코 상장이 마무리되면 오스코텍 주주들은 상당한 재산상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동일한 로열티 수익을 공유하는 자회사 상장 시 투자 수요가 자회사로 집중되고, 모회사 투자 매력을 감소시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중복 상장 제한하는 법적 장치 마련 시급"
주주연대는 한국거래소의 느슨한 중복 상장 규제도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증시 활성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외치고 있지만 현행 제도는 대주주와 경영진만 유리한 구조"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소액주주들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중복 상장과 쪼개기 상장이라는 악습은 한국 증시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겨준다"며 "제노스코의 상장 추진은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제노스코 상장 추진 후 오스코텍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노스코 IPO 발표 다음 날인 10월 23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11.5% 급락한 3만3700원을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 19일 2만43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주연대는 제노스코의 상장 철회를 요구하며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19일 기준 소액주주연대 지분율은 13.55%에 달한다. 주식수는 518만2068주, 주주수는 1586명이다.
반면, 김정근 대표의 오스코텍 지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12.48%에 불과하다.
주주연대는 "현재 주식을 얼마 보유하고 있지 않은 대주주 김정근 대표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상황이며, 소액주주들 권리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며 "단순한 투자 수익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기업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받고자 한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사익 추구를 위한 중복 상장을 제한하는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이 필요하다. 지분 변동과 투자 유치 과정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이 외에도 대주주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소액주주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스코텍은 "제노스코 상장은 '쪼개기 상장'이 아니며 성공적인 자회사 상장이 오스코텍 가치 제고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약 개발이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제노스코 상장은 R&D를 강화함으로써 회사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고, 성공적인 상장을 통해 제노스코는 연구개발에 매진해 제2, 제3 레이저티닙이 탄생한다면 이는 곧 오스코텍 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