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잠잘 때 호흡이 자주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기억과 사고를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hippocampus)가 커지고 백질(white matter) 부위의 손상이 증가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마이애미대학 알베르토 R. 라모스 교수팀은 19일 미국신경학회(AAN)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서 라틴계 미국인 2천600여명을 대상으로 수면 무호흡증과 뇌 변화 관계를 10년간 추적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수면 무호흡증으로 혈중 산소 수치가 낮아지면 해마의 부피가 커지고 뇌의 깊은 부분인 백질 부위 손상도 증가했다며 이는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뇌 건강 저하의 일반적 현상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코골이와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을 포함해 수면 중 비정상적인 호흡을 유발하는 다양한 질환으로, 호흡이 멈추면 산소 수치가 낮아져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치매 등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라틴계 미국인 2천667명(평균 연령 68세)을 대상으로 수면 테스트 장치로 잠잘 때 호흡 빈도와 혈액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10년 후 뇌를 스캔해 뇌 부피와 뇌 조직에서 손상된 백질 부위인 과밀도 백질(WMH)을 측정했다.
참가자 중 56%는 수면 문제가 없는 그룹으로 분류됐고, 28%는 시간당 호흡 정지가 5~15회인 가벼운 수면 문제 그룹, 16%는 호흡 정지가 15회 이상인 중등도~중증 수면 문제 그룹으로 분류됐다.
10년 후 뇌 스캔 측정치를 나이·성별·고혈압 등 요인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중등도~중증 수면 문제 그룹은 수면 문제가 없는 그룹보다 해마 부피가 0.24㎤ 더 컸고 수면 장애가 한 번 늘 때마다 해마 부피는 0.00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수면 중 산소 부족은 해마 부피 증가는 물론 백질 부위 손상을 나타내는 과밀도 백질의 증가와도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라모스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수면 건강과 뇌 노화 사이 복잡한 관계를 보여준다"며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장애가 뇌 부피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특히 치매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조기에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