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비난하기보다 내가 속한 집단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수, 전공의, 의대생, 개원의 등 전 직역의 뜻을 하나로 결집시켜 나갈 수 있다면 의료농단 저지와 의료정상화는 한 걸음 더 다가올 것입니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후 2시 의협 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의료계 결속을 강조했다. 의정 갈등 상황 속 의료계 내홍으로 비치는 사태를 경계한 것이다.
이날 박 위원장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폭력적인 의대 정원 지원과 필수 의료 패키지 등 정부 잘못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됐다"며 "오랫동안 전공의와 의대생은 의협과 거리를 둬 왔다. 안타까운 일이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이에 많은 의원들은 전공의와 의대생과 함께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왔고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전공의와 의대생을 포함해 의료계 전(全) 직역이 하나의 울타리에서 논의하는 장(場)을 만드는 것이지만 의료계는 늘 갈라치기 당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의료계는 다양한 지역과 직역에 따라 이해가 다를 수 있다. 어느 한 지역이나 직역이 의료계를 대표한다는 듯이 행동하면 의료계에는 이보다 해로운 일은 없다"며 "의료 전 지역과 직역은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전체 이름으로 특정 집단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예컨대 전공의들이 수련기관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정했는데 의료계 다른 직역이 투쟁을 위해 돌아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며 "자신이 열망하는 일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저항이고 투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극소수이긴 하지만 사직 전공의를 향해 적대적 성적을 보이는 선배 의사도 있다. 10분의 1의 저항도 투쟁도 하지 않은 선배 의사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극히 비양심적"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저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사직 전공의들과 휴학 의대생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비대위 출범 후 젊은 세대들은 회의를 자주 여는 것을 원하지 않 이유는 '우리들은 시간이 돼야 언제든 회의에 참석할 수 있지만 선배 세대가 투쟁을 할 것도 아닌데 왜 회의를 자주 열려고 하느냐?'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선배님들께 특정해서 뭘 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으나 제 생각에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정부의 무모한 정책에 대응해서 선배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 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 세대들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내가 속한 집단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과정을 통해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전 직역의 뜻을 하나로 결집시켜 나갈 수 있다면 의료농단 저지와 의료정상화는 한 걸음 더 다가올 것"이라며 "앞으로 직역별 대응방안 논의를 통해 의료계 전 직역이 함께 행동해 나갈 큰 방향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교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