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질환과 관련한 ‘묻지마 범죄’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별도 대면진료 없이도 응급입원이 가능하다는 법령해석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주변인을 신속하게 보호하기 위한 응급입원의 경우 예외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면 진단 없이도 즉시 입원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법제처는 최근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의 경우 반드시 의사의 대면 진단을 거쳐야 하는지를 묻는 보건복지부 질의에 이 같은 해석을 내놨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경우 의사와 경찰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여기서 의사의 동의가 반드시 정신질환자를 대면으로 진단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질의했다.
같은 법에 명시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대면 진단 없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거나 입원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는 규정과 상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였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응급입원 동의를 위해 반드시 대상자에 대한 대면진단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회신했다.
먼저 정신건강복지법상 응급입원 대상자에 대해 의사가 입원을 동의하기 위해 반드시 대면진단을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음에 주목했다.
특히 ‘동의’라는 단어가 ‘다른 사람의 행위를 승인하거나 시인함’을 의미하는 만큼 그 자체로 ‘대면진단’을 포함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인을 신속하게 보호하기 위한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의 경우 예외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사전 진단 없이도 입원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인용했다.
정신질환자의 모든 입원에 대해 의사의 사전 대면진단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같은 법에 명시된 응급입원 제도 취지에도 위배된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 제기할 수 있는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악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은 공휴일을 제외하고 3일 이내로 길지 않고, 입원 후 지체 없이 전문의 진단을 받도록 명시돼 있다.
특히 진단결과 입원 지속 필요성이 없다고 인정된 경우 즉시 퇴원시키고,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엄격한 통제 수단이 마련돼 있다.
법제처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의사가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동의를 위해 반드시 대면진단을 실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과 성폭행 등 5대 강력범죄 피의자 중 정신질환자는 2018년 4774명에서 2022년 6052명으로 약 27% 늘어났다.
지난해 많은 사상자를 냈던 서울 신림역, 서현역 묻지마 살인사건, 대구에서 70대 시아버지가 40대 며느리를 살해하고 자수하는 사건 모두 정신질환 범죄였다.
올해는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10대 청소년에게 피습 당했고,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30대 남성이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을 살해한 이른바 ‘일본도 살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