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 및 CAR-NK 치료 때 항체와 병용 투여하면 많은 암세포를 훨씬 빠른 속도로 공격해서 강력한 연쇄 살상 효과를 보인다는 새 기전을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조덕 교수, 삼성융합의과학원 고승권 대학원생, 카이스트 김효진 대학원생, 서울대학교 첨단융합학부/약학대학 김찬혁, 재료공학부 도준상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미국혈액학회 학술지에 발표했다.
CAR는 암세포를 인식하도록 설계된 항원 수용체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T세포에 발현되면 CAR-T 세포, NK 세포에 발현하면 CAR-NK 세포가 된다.
기존 치료법에 반응 안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는 맞춤형 항암 세포치료제다. 이중 현재 환자에게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CD19라는 혈액암 세포 표면 항원을 타깃으로 한다.
그런데, 일부 암환자의 경우 CD19 발현이 감소하거나 사라져 암세포가 치료제로부터의 공격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 큰 난제였다.
특히 CAR 세포가 CD19 항원을 흡수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찾아가지 못하게 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통념을 뒤집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기존에는 항-CD19 항체가 CD19 항원에 결합하면 CAR-T/NK 세포가 항원을 인식하지 못해 치료 효율이 감소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항체를 통해 CD19항원이 적절히 노출되도록 조정하면 CAR-T/NK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한 후 결합에서 벗어나 여러 암세포를 연속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전략을 개발했다.
CAR-T 세포치료에서 면역 과잉 반응을 줄이기 위해 항체(Tafasitamab)를 병용 투여한 선행연구가 있었지만, 그러한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반면, HIB19, SJ25C1, QA18A75 등 다른 CD19 항체들은 병용 투여 시 CAR-T/NK 세포의 암세포 살상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사실이 세포 실험 및 동물 실험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항-CD19 항체가 CD19 항원과 단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CAR 세포와 암세포 간 과도한 결합을 줄임으로써, CAR 표적 항원이 세포치료제 표면으로 과도하게 전달되는 현상(Trogocytosis)을 완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CAR-T/NK 세포는 소수의 암세포만 제거한 뒤 사멸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연속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연쇄살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조덕 교수는 “이번 연구는 CAR-T/NK 치료에 반응이 낮거나 재발한 환자들에게 항체 병용 요법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발견”이라며 “특히 B세포 악성 종양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육성 연구개발(R&D), 항암 면역세포 디스커버리 플랫폼 기술개발 연구센터,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삼성서울병원 Future Medicine 2030 Project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