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上] 2024년 2월 정부의 의과대학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대학병원 등 수련 현장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국 전공의 1만3531명 중 1만1732명이 병원을 떠났다. 당직, 진료 등 적잖은 업무를 담당했던 그들의 빈자리는 상당했다. 교수와 간호사들로 그들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각 수련병원들은 생존법을 모색했다. 업무 변화는 물론 교수 사회 분위기도 급변했다. 교수들이 진료공백 해소 등 진료에 매달리면서 교육과 연구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야 했다. 의정갈등으로 초래된 의료대란 사태가 1년 여 돼가는 상황에서 근래 변화된 몇가지 모습을 2회에 걸쳐 살펴봤다. [편집자주]“병원 수술-외래만 돌아갈 뿐 이외 상황은 사실상 올스톱”
의정사태 1년 가량 지났지만 상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교수들은 한계에 달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채용 문화 변화, 인력 유출부터 연구 감소까지 문제들은 산적한 상황이다.
교수들은 현재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외래나 수술 등 핵심 기능만 간간히 유지될 뿐 의료인력 피로도는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진료 기능은 어느 정도 돌아가고 있지만 교류 자체가 사라졌다”며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처음에는 후배와 제자들을 위해 최대한 버텨보자는 마음이었지만 이렇게 까지 장기화 될줄 몰랐다. 이제 한계 상황이다. 해결의 기미가 없는 게 가장 암담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실적 저하 뚜렷…다학제 연구는 희망사항
의정사태 이후 교수들 간 내부 교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며 이는 다학제 협력 연구 등은 물론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교수들은 진료들에 매몰돼 연구에 시간을 할애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병원들은 경영악화로 연구비 지원까지 줄이고 있다.
A 교수는 “사실상 진료 이외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며 "연구는 멈춘지 오래고 병원 자체적으로 재정이 좋지 않아 연구지원 사업이 대부분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학의학회 등에 따르면 2024년 JKMS 발표 논문 수는 2023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
의대정원 확대 이후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 등으로 교수의 진료 업무가 가중되면서 연구와 논문 작성에 투자할 시간이 줄어든 탓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구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과거에 비해 분의 1 수준(35.7%)으로 감소했다.
특히 교수 10명 중 7명은 24시간 근무 후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45%는 주 72시간 이상 근무했다. 결국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연구 시간 등을 포기한 것이다 .
“교수님 모십니다”…채용 교수 빼가기 극심
과거 교원 채용은 특정 기간에 이뤄지던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분위기는 사실상 상시 채용으로 변했다.
실제 지방 국립대병원들은 대규모 교원 충원에 나서고 있다. 상당수 교수가 수도권행을 택하거나 사직했기 때문이다.
경상국립대병원(본‧분원 포함)은 올해 초 임상·진료 교수 104명, 촉탁의 41명 등 대규모 채용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또 앞서 지역거점 병원이자 수련병원인 강원대병원은 63명, 부산대병원 41명 채용에 나서면서 의료계는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의사 인력이 언제 배출될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B 교수는 “현재 병원들 사이에 교원 확충 경쟁이 치열하다”며 “신규 교원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기존 인력 스카웃으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