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1년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 과반이 현재 상태가 이어지는 한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기존 정부 방안이 수정되거나 정부‧의료계가 제시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제3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작년 12월 20~24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 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54%는 의료개혁, 의사증원 정책 등이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작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에게 재차 '어느 방향으로 갈 때 해결 가능성이 있겠나'고 묻자 전혀 다른 제3 방안(38.0%), 기존 정부 방안 수정안(35.4%), 기존 의사단체가 제시한 방안(14.4%) 순으로 제시됐다.
"다수 국민, 정부 추진 의료정책 수정 또는 중단 생각"
이처럼 국민 중 다수는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의료정책을 수정하거나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2월 제시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 시기와 규모 측면 모두 동의하는 응답자는 27.2%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45.4%는 의정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개혁안을 수정하거나 추진을 보류해야 한다'고 답해 '의료개혁을 지속해야 한다'는 응답자(37.7%)보다 많았다. '의료개혁안을 전면 무효화‧백지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9.9% 있었다.
국민 신뢰 낮은 정부‧의료계…소통과 피드백 촉구
국민 중 다수는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장기화하는 의정갈등에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응답자 중 57.7%는 의사 수 부족을 묻는 질문에 '의사 수가 모자란다'고 답했으며, 26.9%는 '적정하다', 6.5%는 '적정 수준을 초과한다'고 했다.
그러나 의정갈등으로 인해 응답자 중 70%는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의정갈등 장기화가 본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88%가 '그렇다'고 답했고, 이 중 52.4%는 '불안감과 우려 등 심리적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정부와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매우 낮았다. 정부 또는 의사단체가 어떤 결정이나 대응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길 것으로 본 응답자는 27.9%(정부), 17.0%(의사단체)에 그쳤다. 반면 정부와 의사단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각각 42.8%, 53.7%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정부는 계엄 사태로 더욱 신뢰를 잃었다.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보건의료 정책과 관련한 정부의 신뢰 수준에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 53.8%는 '낮아졌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53.5%는 비상계엄 이후 의정갈등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응답자의 69.6%는 의정 갈등 조정과 해결에 있어 국민 역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응답자 대부분은 '일반 국민과 환자는 의정 갈등에서 소외되기 쉽다'(75.1%)거나 '의정 갈등 조정에 일반 국민과 환자는 힘이 없다'(74.5%)고 답했다.
이처럼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57.5%는 '정부가 정책과 갈등 상황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있지 않다'고 했으며 효과적 소통을 위해서는 '소통과 피드백'(34.1%)과 '소통 주체 구성과 태도'(28.7%)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과반 국민이 의사 수가 부족하며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의대 증원 정책 시행 절차나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진료과별 의사인력 불균형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의료개혁은 필요하나 정부 개혁안의 수정 내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