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별수가제를 대체할 핵심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가치기반 의료'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이 학계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가치기반 의료'의 경우 의료계 반발과 우려가 큰 만큼 환자 중심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강화, 효과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등 도입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유리 명지전문대학 보건의료학과 교수(제1저자)와 오주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교신저자)는 최근 한국의료법학회지에 ‘가치기반 의료에 관한 법적 고찰과 입법정책적 과제’를 발표했다.
가치기반 의료(Value-Based Healthcare, VBHC)는 전 세계적으로 기존 의료체계 문제점을 해결코자 등장한 접근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의료서비스 질적 가치를 강조하며 환자 건강 결과를 기반으로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체계다.
국내도 가치기반 의료 도입을 통해 의료서비스 질(質) 개선과 비용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의료계의 부정적인 시각은 물론 도입 방안과 구체적 실행 방안 등에 있어 다소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가치기반 의료는 명확한 효과성에도 불구하고 도입 과정에서 법적·제도적 과제를 안고 있다”며 “특히 의료기관 간 협력 및 보상체계 투명성, 책임 소재를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영국 등 의료비 절감 효과 확인
연구진은 "가치기반 의료는 기존 행위별수가제 한계를 극복하고 의료비 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의료비용 절감 주요 사례로 미국과 영국 상황을 인용했다.
미국 책임의료조직(Accountable Care Organizations, ACOs)은 치료 중복과 불필요한 검사 횟수를 줄여 의료자원 낭비를 방지했고 이는 국내 시범사업에서도 의료비 절감 가능성이 입증됐다고 평했다.
또 의료서비스 질(質) 향상의 경우 질적 평가와 보상체계를 도입한 영국 NHS 'Getting It Right First Time' 프로그램을 근거로 의료서비스 전반의 질을 개선하며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만족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환자 건강 개선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해외 사례를 근거로 환자 건강 결과를 기반으로 의료 제공자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은 의료진이 환자 중심적인 접근을 하도록 유도했으며 만성질환 관리에서 환자들 생존율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고 봤다.
더불어 의료진과 환자 간의 소통이 강화와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치료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는 점도 제시했다.
효율성 강화 입증 근거=데이터 확보
그런 측면에서 가치기반 의료는 의료 질과 효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평가 시스템의 구비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한 적정성 평가와 환자경험평가가 질적 및 결과 지표를 통해 의료서비스 효과를 분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치기반 의료 도입을 위해 환자 건강 개선, 치료의 경제적 효율성,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도 향상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구진은 “정부와 의료계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진다면 가치기반 의료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가치기반 의료는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넘어 환자 건강과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며 “한국 의료체계가 이 같은 변화를 성공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