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와 의대생이 모여 결성한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 모임'(이하 공의모)이 헝가리 소재 4개 의과대학에 대한 보건복지부 인정을 무효로 해달라는 행정소송에 나선다.
공의모는 자격 미달 외국 의대를 졸업해 한국에서 의사가 되는 우회 방식을 인정하는 것은 국내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의 기회를 침해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공의모는 최근 '외국 대학 인증 요건 흠결 확인' 2차 행정소송 착수금을 모금하고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외국 대학 인증 요건 흠결 확인 소송'이 1심과 2심에서 모두 '각하' 판결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공의모는 1월 말 변호사 선임을 마치고 2월 말에서 3월 초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현재 소송 제기 전(前) 현직 의사들을 대상으로 원고 참여 모집을 진행 중이다.
"헝가리 의대, 입학은 절대평가에 무제한 가능…부유층 자녀 다수"
공의모는 기준 미달 해외 의대 인정 취소를 목표로 젊은 의사와 의대생이 결성해 만든 단체다.
의료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외국 의대 졸업자에 대해 우리나라 의사 국가고시 예비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미국, 일본, 필리핀, 영국, 독일 등 총 38개 국가에서 159개 의대가 해당된다.
하지만 공의모는 헝가리 의대를 자격 미달로 지목하고 국내 의사 국가고시 예비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의모 관계자는 데일리메디와 통화에서 "외국 대학을 인정하려면 지켜야 하는 규칙과 규정이 있는데 헝가리 의대는 이를 명확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헝가리 의대는 입학이 절대평가로 이뤄지며, 무제한 입학이 가능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수능 성적에 따라 당락이 갈리는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입학이 쉽다는 얘기다.
특히 현지 언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되는 외국인 특별반이 개설돼 있어 국내 의대 진학에 실패한 부유층 자녀들이 의사가 되기 위한 우회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공의모 측 설명이다.
공의모는 헝가리 의대 졸업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조만간 매년 200~300명이 배출될 예정이라며 우려감을 표했다.
실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3년까지 23년간 해외 의대에서 공부하고 국내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한 한국인은 총 409명이다. 이 기간 응시자를 국가별로 보면 헝가리가 119명으로 가장 많았다.
"규정 위반, 자격 미달이 문제…모든 외국 대학 부정하는 것 아냐"
공의모 관계자는 "헝가리 의대는 자국 언어가 아닌 영어로 의대 교육 과정을 마치고, 또 자국 내 의료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입학 모집 요강이나 졸업 조건 등이 일정하지 않고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규정만 놓고 따져보면 자격 미달 헝가리 의대에 대한 인정을 복지부 장관이 취소해버리면 끝나는 일이지만 외교부가 헝가리의대를 매년 방문하고 축사할 정도로 대한민국 행정부 비호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공의모 관계자는 "복지부에서는 '헝가리 의대가 기준 미달이라 할지라도 인정을 취소하는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하기까지 했었다. 빠른 시일 내에 규정을 개정하겠다 했지만 그 답변을 내놓은 지 벌써 2년이 지났고 아직도 아무런 소식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태는 국내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대학병원에서 수련 및 전공 선택 기회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의모 측은 이전 소송에서 승소하지 못했던 이유는 소장(訴狀)에 하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공의모가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외국 대학 인증 요건 흠결 확인 소송'에서 원고 항소를 '각하'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공의모 '원고 당사자 적격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공의모 관계자는 "당시 소(訴) 자체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와 원고 적격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소송에서 이 문제만 해결한다면 본안 소송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헝가리 의대를 단순히 많이 가고, 가기 쉬워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 대학을 인정하려면 지킨 대학만 허가해달라는 것 뿐"이라며 "승소를 위해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