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분원 설립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과 규제가 지속 강화됨에 따라 빅5 병원들도 해외 분원 설립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현재 추진 중인 주요 분원의 경우 대부분 계약이 상당수 진척된 만큼 '허가 취소' 가능성은 낮지만, 국내 분원 설립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환경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또 기존에 추진 중인 분원과 별도로 해외 분원 투자로 병원 수입을 다각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병원장들은 2025년 신년사를 통해 해외병원 설립 및 글로벌 브랜드 확보 등을 핵심 목표 사항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12월께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추가로 병원을 개설하는 경우 사전심의를 받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분원 설립 분위기는 꾸준히 악화되는 추세다.
"을사년 분원 설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난해 의정사태로 분원 설립 등 외연 확장 시도는 주춤했지만, 올해는 기존 분원과 함께 해외 진출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해외 분원의 경우 향후 국내 정책 변화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 유치 및 운영이 자유롭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먼저 서울대병원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종합병원 설립과 배곧서울대병원 개원에 역량 집중을 예고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새해에는 아부다비에 25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설립과 운영을 관장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며 “배곧서울대병원, 기장중입자치료센터, 국립소방병원의 성공적인 개원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년사 발표 직후 800병석 규모의 ‘시흥 배곧 서울대학교병원(가칭)’ 건립 공사의 착공 소식이 알려졌다.
시흥시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병원과 현대건설이 공사 계약이 이뤄졌다. 이달 사업설명회와 인허가를 위한 행정절차를 거쳐 2029년 개원을 목표로 착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상 12층 규모의 병원은 진료와 연구가 융합된 모델로 설계해 암센터, 심뇌혈관센터 등 6개의 전문 진료센터와 27개의 진료과를 개설하고 연구 진료 병상 특화도 추진된다.
개방형 기반시설을 늘리고 정보통신기술을 토대로 한 의료 협력 모델도 구현한다. 또 뇌인지 생명 건강 복합단지도 구축하는 등 산·학·연·병의 협력 연구개발지구 중심 병원 건립도 목표로 잡았다.
서울아산병원, 글로벌 가치 강화 예고
서울아산병원도 아랍에미리트 소화기병원 등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낸다. 병원은 이미 이를 위해 상당 기간 준비한 만큼 자신감을 피력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청라병원은 토목공사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아랍에미리트 소화기병원과 카타르 자문사업 등 해외 사업을 지속하며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1월말 아랍에미리트의 보건의료 관련 정부기관 중 하나인 ‘에미리트 보건서비스(EHS, Emirates Health Services)’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체결 당시 ▲의료기술 전수 기회 확대 ▲진료 협력 통합 헬스케어 시스템 개발 ▲공동 연구 및 연구 혁신 프로그램 개발 ▲의료진 연수 및 리더십 교육 협력 등을 약속했다.
그간 서울아산병원은 환자 송출, 의료진 교육, 소화기전문병원 설립 및 운영 계약 등으로 오랜 기간 유대 관계를 쌓아왔으며, 협약을 토대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더욱 활발한 교류를 예고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중국 칭다오세브란스재활병원과 함께 방글라데시 메디컬 클러스터를 준비 중이다.
금기창 연세의료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말 중국 칭다오세브란스재활병원 준공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올해 말 칭다오세브란스재활병원(가칭)이 준공하고 방글라데시 메디컬 클러스터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0병상 파일럿병원과 400병상 규모 종합병원 및 의대, 간호대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글로벌 세브란스를 실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