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4000명 중 1명은 희귀질환인 '선천성 횡격막 탈장'을 가지고 태어난다. 흉강과 복강을 구분하는 근육인 횡격막에 구멍이 생겨 위, 소장, 간 등의 장기가 구멍을 통해 흉강으로 밀려 올라와 심장과 폐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생존율이 65~75% 정도인 선천성 횡격막 탈장은 심하지 않으면 인공호흡기와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중증의 경우 심폐기능 유지를 위해 에크모(ECMO)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하는 심각한 질환인데,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세부적으로 에크모 치료 프로토콜을 재정립했더니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이병섭·정의석, 소아외과 남궁정만 교수팀은 "지난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선천성 횡격막 탈장으로 치료받은 환아 322명을 분석한 결과, 에크모 치료 프로세스를 재정립한 2018년 9월 이후 치료를 받은 환아 123명 생존율이 83%로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에크모는 심폐기능부전이 심한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낸 후 산소를 공급해 다시 주입하는 치료 방법이다. 성인 중환자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지만 신생아나 작은 소아 환자에게는 적용하기 쉽지 않다. 수술로 도관을 삽입해야 하며 뇌출혈 등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중증 호흡 부전 신생아를 대상으로 에크모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중증 선천성 횡격막 탈장 환아 에크모 치료 결과에 대한 대규모 연구 역시 없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50~60명 정도의 신생아가 선천성 횡격막 탈장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그중 에크모 치료가 바로 필요한 중증 환아는 약 20~30%인 10~15명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중증 및 선천성 질환 소아 환자 치료를 선도한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은 지난 2008년부터 중증 선천성 횡격막 탈장 신생아 치료에 국내 최초로 에크모 치료를 적용했고, 국내에서 발생하는 중증 환아 중 70% 이상을 치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은 선천성 횡격막 탈장 환아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2018년 9월 신생아과, 소아외과, 소아심장과, 소아심장외과 등 다학제 의료진이 모여 중증 선천성 횡격막 탈장에 대한 자체적인 에크모 치료 프로토콜을 재정립했다.
기존에는 중증 선천성 횡격막 탈장 환자로 판단되면 최대한 약물과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행했는데, 치료 프로토콜 재정립 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응급 현장 수술을 통해 신속하게 에크모 도관삽입술을 실시했다.
또 에크모 치료를 실시한 후 바로 수술에 들어가기보다 환아 상태를 충분히 안정시킨 상태에서 에크모를 중단하고 수술을 실시했다.
에크모 치료 받은 중증환아 생존율도 21%에서 57%로 3배정도 상승
연구팀은 재정립된 치료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선천성 횡격막 탈장으로 치료를 받은 신생아 322명을 분석한 결과, 재정립된 프로토콜 적용 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약 83%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토콜 재정립 전인 2018년 9월 이전까지 생존율은 66%였다.
또 선천성 횡격막 탈장 중 에크모 치료를 받은 중증 환아들 생존율도 약 21%에서 약 57%로 3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병섭 교수는 "신생아 에크모 치료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신생아과, 소아외과, 소아심장외과, 소아심장과, 소아마취과 등 여러 진료과 의사와 에크모 전문간호사가 한팀으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아산 어린이병원은 신생아 및 소아 중환자 치료를 위해 각 진료과별로 유기적인 협력을 지속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크모 치료 프로토콜 재정립 후 83% 생존율은 최근 보고된 북미와 유럽 평균 생존율 65~75%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라면서 "현재 다기관 전국 코호트 연구를 진행 중으로 더 많은 환아에게 에크모 치료 프로토콜이 적용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