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련특례와 입영연기 등 전공의 복귀를 위한 당근책을 제시한 가운데 상급년차 전공의 모집절차가 시작된다.
아울러 지난 연말 처참한 결과로 끝난 레지던트 1년차 모집도 다시 이뤄진다. 의사 양성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행보다.
하지만 정부가 제도적으로 전공의 복귀에 걸림돌은 제거했지만 얼마나 많은 전공의들이 수련현장으로 돌아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의정갈등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부를 향한 젊은의사들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을 감안하면 전공의 복귀율은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수련병원들이 2025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및 상급년차 모집을 동시에 실시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2025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을 실시했으나 3594명 모집에 314명이 지원, 이 중 181명이 최종 선발돼 충원율이 5%에 그친 바 있다.
특히 산부인과는 188명 모집에 1명이 선발됐고, 외과는 215명 모집에 6명,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는 각각 206명과 224명 모집에 5명만 충원되는 등 필수의료 붕괴가 현실화됐다.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이 처참한 결과로 끝나면서 이대로라면 상급년차 모집도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교육부 장관과 복지부 장관이 ‘전공의 처단’ 내용이 담긴 포고령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수련특례 및 입영연기 등의 대책을 제시하며 젊은의사들 달래기에 나섰다.
사직 전공의들에게 '1년 내 복귀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사직한 의무사관후보생이 수련을 재개하면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2024년 사직 또는 임용 포기 전공의들이 이번 모집과정을 통해 사직 전 수련 중이던 병원에 복귀하는 경우 특례를 받게 된다.
2024년 3월 전공의 임용 대상자 1만3531명 중 사직자는 1만2187명(전체 인원대비 90.1%)이다. 직종별로는 레지던트 사직자가 9220명, 인턴 사직자가 2967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수련현장에서는 비관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앞서 지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특례가 적용됐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았고, 의정갈등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공의들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의대증원 백지화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회 등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정부는 최근 2025년 의과대학 증원은 되돌릴 수 없는 만큼 2026년도에는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부분은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대학병원 수련교육 담당 교수는 “달라진 부분이 없는 상황에서 전공의들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복귀하더라도 필수의료 분야는 처참한 상황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지난 1년 동안 진로를 수정하거나 진료현장에 정착한 전공의들이 적잖다”며 “예전으로의 완연한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과‧특례 불구 수련현장 비관론 팽배…복귀해도 ‘필수의료’ 붕괴 불가피
인턴 모집전형, 이달·내달 2번 진행
한편, 레지던트 1년차 재모집 결정과 함께 인턴모집도 오는 22~23일과 2월 3~4일로 각각 나눠 진행된다. 2025년도 졸업생은 이번달, 지난해 사직한 전공의는 3~4일로 전형이 이뤄진다.
이번 인턴 모집은 전국 108개 수련병원에서 총 3356명 충원에 나설 예정이다.
수련병원별 정원을 살펴보면 통합수련체제인 가톨릭중앙의료원이 218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병원 164명, 세브란스병원 153명, 서울아산병원 137명, 삼성서울병원 123명 순이다.
전남대학교병원(111명)과 안암, 구로, 안산 3개 병원에서 통합수련이 이뤄지는 고려대학교의료원(101명)도 세자릿수 충원에 나선다.
이 외에 경북대학교병원(99명), 충남대학교병원(81명), 전북대학교병원(73명), 한양대학교병원(72명), 부산대학교병원(65명), 아주대학교병원(56명) 등도 예년 수준의 정원을 배정 받았다.
문제는 사라진 지원자들이다. 당장 인턴에 지원할 사람이 없다.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 대부분이 휴학한 가운데 2025년 의사국시 필기시험에는 304명만 접수했다.
1년 전 치러진 제88회 의사국시 필기시험에 3270명이 접수한 것과 비교하면 90% 이상 급감한 수치다.
통상 의사국시 필기시험은 의대 본과 4학년 3000여명에 전년도 시험 불합격자, 외국 의대 졸업자 등을 포함해 총 3200여명 규모였다.
하지만 이번 의정갈등 사태로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휴학에 들어갔고, 학사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응시자 역시 급감했다.
실기시험 역시 처참한 상황이다. 지난해 치러진 제89회 의사국시 실기시험에는 총 364명이 원서를 제출했다. 전년도 응시자(3212명)의 11.3%에 불과한 수치다.
물론 지난해 의사국시 통과 후 인턴에 합격하고도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수련현장을 떠난 젊은의사들도 있지만 이들의 복귀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