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下] 최근 의정사태로 교수들과 함께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직역은 단연 간호사다. 신규 채용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대규모 발령 사태에 직면해야 했다.
특히 의정사태로 시작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으로 수련병원들의 병상이 대폭 줄면서 간호사들 채용 시장 또한 크게 위축됐다.
간호사 채용 중단, 기약 없는 기다림
2024년 11월 19일 기준, 42개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실, 소아‧고위험분만‧응급 등 유지‧강화가 필요한 병상을 제외한 총 3186개의 일반병상이 감축됐다.
미발령 대기자도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간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신규 채용된 간호사는 총 8390명이지만, 미발령된 대기자는 6376명(76%)에 달했다.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졸업생 신규 간호사를 채용한 곳은 1곳에 그쳤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은 “발령이 무기한 연기된 신규 간호사가 76%”라며 “대부분 대형병원들이 내년 모집 계획마저 없어 예비 간호사들이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채용 계획을 세운 병원도 4분의 1에 불과했다. 상급종합병원 41곳 중 “의정사태가 안정되면 채용하겠다”고 답한 곳은 10곳 뿐이었다. 나머지 31곳은 “올해는 채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2024년 3월 말부터 6월까지 수치를 보면 간호사들 감소세가 확연하다. 전국 47개 상급종병 간호사는 해당 기간 내 7만2994명에서 7만2800명으로 194명 줄었다.
간협 관계자는 “3~6월은 간호사 수가 늘어나는 시기인데 올해는 오히려 줄었다”며 “병원들이 신규 채용·교육비를 아끼고 기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직원 무급휴가…대부분 철회됐지만 후유증 잠복
전공의 대규모 사직 후 병원들의 급격한 경영악화로 가장 먼저 피해를 본 것은 행정직원들이었다.
무급 휴가자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직원 간 눈치싸움은 물론 직급별로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병원에서는 연차가 낮은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는 볼멘소리가 목격되기도 했다.
실제 A대학병원은 기존 주 5일 출근에서 4일 출근으로 조정되면서 기존 대비 월급이 삭감되기도 했다. 연차별로 차이는 있지만 월마다 몇 십만원 수준의 월급을 적게 받으며 고통을 분담했다.
한 대학병원 직원은 “4일 출근으로 집에 말도 못 하고 한동안 출근하다가 뒤에 무급휴가 사실을 전했다”며 “무급휴가 기간이 끝났지만, 병원 내부적으로 불만들이 상당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늘어난 당직비 등 지원금, 병원 부담 전가 우려감 팽배
병원계 일각에서는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투입된 당직비 등 추가 지원비로 병원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쉽게 말해 정부의 비상지원금으로 교수들에게 당직비 등을 지출했는데, 지원 종료 이후에도 병원에 이에 준하는 수준의 당직비 등을 요구하는 할 수 있다는 우려다.
병원계 관계자는 "교수들 사이에 원래 받았어야 하는 금액을 그동안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향후 병원과 교수들간 갈등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공의 돌아와도 분위기 예전 같지 않을 것"
병원계 관계자들은 전공의들이 복귀해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련기간 단축부터 제도적인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발생했지만, 더욱 심각한 점은 깨져버린 신뢰와 팀워크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정사태 초기 의사들 파업에 왜 교직원이 피해를 봐야 하는가 하는 반발이 극심했다. 그때보다는 많이 옅어졌지만, 불만이 완전히 사그라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전공의들은 병원의 수익을 견인하던 한 축이었지만, 이제는 수련시간 및 근무시간 준수 등 많은 것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전공의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견인했던 수익구조는 정부 지원 등으로 주축이 바뀌면서 병원들은 새로운 변화의 모색이 불가피하게 됐다.
상대적으로 일반 기업체들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던 수련병원들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과거와 달리 병원 근무에 안정성이 흔들린 것 같다는 의견들도 일부 목격됐다.
결국 이미 의정사태 이후 병원 문화부터 운영 방안까지 많은 것들이 송두리째 변하면서 과거와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의 신분 안정이 강점으로 꼽혔지만 의정사태를 겪으면서 이마저도 확신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