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늘(1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체포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안이다.
공수처와 경찰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은 "이날 오전 10시 33분께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한 지 약 6시간 30분 만이다.
앞서 공수처 체포팀은 오전 4시경 서울 한남동 공관 앞에 집결했다.
공수처는 오전 5시 27분경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관저 진입을 시도했으나 스크럼을 짠 국민의힘 의원 및 당직자들이 저지하며 일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조본은 오전 7시 34분경 관저 철조망을 절단하고 사다리를 이용해 1차 저지선을 통과한 데 이어 7시 46분경 방해물용 버스를 우회해 2차 저지선을 통과했다.
오전 8시 8분경 관저 앞 출입문을 통과해 관저 내부로 진입한 공조본은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석동현 변호사와 논의를 시작했다.
결국 공조본은 오전 10시 33분경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했으며, 윤 대통령은 관용차에 탑승해 약 20분 후 공수처에 도착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48시간 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尹 대통령 담화문 통해 "불법수사·공수처 불인정" 지적
"체포영장·압수수색 불법이지만 유혈사태 막기 위해 출석"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담화문을 발표하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이번 수사가 불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저는 오늘 이들이(공조본) 경호 보안구역을 소방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지지자들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민주당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회복, 법치 실현을 위한 첫걸음"
국힘 "대한민국 헌법 파괴, 자유민주주의 역사에 커다란 오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체포 직후 비상의원총회에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회복, 법치 실현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많이 늦었지만 대한민국의 공권력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돼 참으로 다행"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물론 공권력의 법 집행마저 무력으로 방해하며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만든 중대 범죄자"라며 "그동안 수사기관의 소환 요구에 수차례 불응했고 그것도 모자라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방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공수처는 윤석열을 구속 수사해 내란 사태의 전모를 낱낱이 밝히고 윤석열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며 "그것이 헌정질서를 온전히 회복하고 국가 정상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오늘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 체포 직후 "불법 영장의 불법 체포, 군사보호시설에 임의로 침범하는 매우 나쁜 선례를 반복해서 남겼다"며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과 그 당 대표를 아버지로 모시는 추종세력들에 의해 대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절차가 짓밟아진 날"이라고 규탄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나경원 의원도 "대한민국의 헌법이 파괴된 날"이라며 "참담하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떨어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을 역사가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며 "더 이상 이렇게 탈법, 불법, 무법으로 법치주의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 이런 모든 폭거를 만든 세력들에 대해 우리는 앞으로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