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비 167만원을 부당청구한 의사의 면허를 5개월 정지시킨 보건복지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류지선 판사)은 최근 의사 B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부산에서 A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B씨는 지난 2017년 12월 1일부터 10일까지 환자 120명에 자궁경부암 검진을 시행했다.
그러나 A의원은 검진 이후인 12월 11일 암검진기관으로 지정, B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검진비를 청구하기 위해 앞서 실시한 검진결과 기록지의 작성 날짜를 12월 11일 이후로 바꿔 기재했다. 이를 통해 B씨는 건보공단으로부터 166만7510원을 교부 받았다.
이후 B씨는 거짓청구 사실이 적발되면서 지난 2023년 7월 4일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으로부터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3년 11월 29일 B씨에게 5개월(2024년 5월 14~2024년 10월 13일)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B씨는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반발,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면허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건강검진기본법에서 거짓청구가 '검진기관의 지정취소 또는 업무정지' 사유로 규정돼 있을 뿐, 의료법까지 적용해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잘못된 법령 적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복지부가 조사대상 기간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2개월로 짧게 잡아 '거짓청구 비율'이 지나치게 높게 산정됐다고 항변했다.
거짓청구 비율은 조사대상 기간의 총 진료급여 비용 중 거짓청구 금액으로, 조사대상 기간에 정상적으로 검진비를 청구한 기간이 적게 포함되면 비율은 높아질 수 있다.
당시 의료법에서는 이 비율에 따라 면허정지 기간을 정했기 때문에 조사대상 기간을 정하는 것은 민감한 사안이었다.
이에 B씨는" 거짓청구 전인 2017년 6월부터 부산 내 다른 지역에서 산부인과의원을 개설하고 암검진기관으로 지정받아 운영하다가 12월에 B의원으로 이전할 때 검진기관 지정 신청을 늦게 했을 뿐이라며 조사대상 기간을 앞뒤로 더 길게 잡았어야 했다"고 역설했다.
법원 "조사대상 기간, 지침상 3개월인데 복지부가 이유 없이 2개월 설정"
재판부는 우선 잘못된 법령 적용이라는 B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강검진은 의료행위에 포함되므로 결국 의료법과 건강검진기본법은 서로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라며 "건강검진기본법령에서 거짓청구와 관련해 의사 개인의 제재적 처분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았을 뿐 이 경우 의료법에 근거해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복지부의 5개월 면허정지 처분은 과도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조사대상 기간은 복지부 임의로 정한 것으로 보이고, 복지부의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에는 적어도 최근 3개월은 포함토록 규정돼 있다"며 "지침과 다르게 조사기간을 2개월로 설정한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거짓청구 시 처분기준에 의하면 거짓청구금액이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이므로 자격정지 3개월에 해당한다"며 "이와 비교했을 때 해당 처분은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B씨가 거짓청구로 지급받은 검진비가 그다지 많지 않고 전부 환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약식명령이 확정돼 벌금을 납부했다"면서 "면허정지 처분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공익에 비해 B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과중하다"며 면허정지 처분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