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정갈등 사태로 대형병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고유목적사업준비금 활용 방안이 대두됐지만 재정당국은 오히려 그 문턱을 높였다.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특수한 상황을 감안한 특례 필요성을 언급했음에도 기획재정부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드리우며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유용 가능성을 차단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비영리법인 임직원 인건비 한도 적용 비영리법인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법령에는 해당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수익사업 소득의 50%를 초과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손금산입한 비영리법인에 대해 인건비 한도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그 대상을 직전 5개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수익사업 소득의 50%를 초과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손금산입한 비영리법인으로 확대했다.
인건비 한도 적용은 비영리법인들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세제 혜택을 노리고 과다하게 인건비를 책정하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임직원 1명 당 8000만원 이상 인건비에 대해서는 고유목적 지출로 간주하지 않는 제도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손금산입 기간을 해당 사업연도에서 직전 5년으로 확대한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인건비 한도를 적용 받는 사회복지법인과 학교법인 등의 범위가 더 늘어난 셈이다.
물론 의료법인의 경우 아예 고유목적사업준비금에서 인건비 지출 자체가 불가하다. 법인세법 시행규칙상 지출 가능한 고유목적사업준비금 항목에 인건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의료법인은 △병원 건물 및 토지 △의료기기 △의료정보시스템 △산부인과 병‧의원을 운영하는 법인이 취득하는 산후조리원 건물 및 토지 등에 대해서만 준비금을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의료법인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인건비 등으로 사용할 경우 ‘용도 외 사용’으로 간주돼 앞서 감면받았던 법인세에 이자까지 내야 한다.
의정갈등 장기화, 병원 경영난 숨통 터줘야 한다는 주장 많아지는 상황
때문에 의정갈등 사태로 경영난에 처한 병원들 숨통을 터주기 위해서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인건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경영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각 병원이 고유목적사업 준비금을 인건비 등으로 쓸 수 있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역시 “대학병원들이 분원 설립에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쓸게 아니라 전공의 복귀를 위한 급여 인상과 처우개선에 사용하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비상상황인 만큼 한시적이라도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인건비 제한을 풀어주면 좋겠지만 기재부의 반대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조 장관이 “적극 협의해서 방법을 찾겠다”고 했지만 기재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이번에 오히려 강화된 개정안까지 내놨다.
기재부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고유목적사업준비금 활용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제도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