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검찰 측 공소 사실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과 시점 등 쟁점 사항에 대한 검사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원심과 같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종전에 공개하지 않았던 합작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특정 시점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등장시킨 뒤, 지배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관계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하면 장부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받는데,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4조 8086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를 통해 기업 가치를 ‘뻥튀기’ 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분식회계 의혹의 경우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허위공시'·'부정회계' 의혹에 대해 재판부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은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보고서가 이 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작됐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제일모직 주가는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의해 상승추세였으나, 삼성물산 주가가 부당하게 왜곡되거나 억눌려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미전실의 사전 검토는 이 사건 합병에 관한 구체적·확정적 검토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2심 판결은 1심 무죄 이후 1년 만에 나왔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 대한 19개 혐의 모두에 무죄를 선고하며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