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ay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에게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려 파장이 일고 있다.
한의계는 "초음파 진단기기, 뇌파계에 이어 이제 X-ray 사용 근거까지 마련됐다"며 환영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전면 허용이 아니다. 판결을 왜곡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맞섰다.
항소심 기각 판결 후 검사 미상고로 무죄 최종 확정
4일 수원지방법원은 한의사 A씨의 의료법 위반 무죄 확정증명서를 발급했다. 항소심 기각 판결 이후 검사가 상고하지 않아 무죄가 최종 확정된 것이다.
지난달 17일 법원은 지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X-ray 방식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A씨에 대해 1심 판결과 같은 무죄(벌금 200만원 약식명령)를 선고했다.
2심에서 재판부는 의료법 제37조 제2항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을 들여다봤다.
해당 규칙을 보면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에 종합병원·병원·치과병원·영상의학과 전문의원·치과의원·의원·보건소·보건지소 등의 의료기관이 포함된다.
한방병원은 의과 과목을 추가로 설치한 경우에만 해당되며, 이외에 '그 밖의 기관'도 포함돼 있다.
책임자 선임 기준에 영상의학과 전문의, 치과의사, 방사선사 등이 있으며 한의사는 없다.
2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해당 규정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자를 한정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의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밖의 기관'에서 제외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근래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뇌파계 사용에 대한 허용 판결 등으로 자신감을 쌓아 온 한의계는 이 대목을 집중했다.
"해당 규칙의 X-ray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한의원이 포함돼있지는 않으나, 한의사와 한의원을 제외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라고 해석한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은 4일 "재판부가 X-ray 사용에 있어 한의사와 한의원은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며 "한의사가 진료에 X-ray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거리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1995년 해당 규정을 제정할 때 별다른 기준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의의료기관의 안전관리자 신고를 받지 않았다"며 "이는 악의적인 법령"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의협은 이번 수원지방법원 판결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의협은 "복지부는 해당 법령에 지금까지 누락돼 있던 한의사와 한의원을 포함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3만 한의사는 법원 판결에 따라 앞으로 X-ray를 진료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한의협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판결문을 왜곡한 것이라며 맞섰다. "한의사 X-ray 사용이 합법화된 것처럼 호도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는 "재판부가 골밀도 측정이 단순한 보조적 역할로 사용됐을 뿐 골밀도 측정 및 영상 진단 등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억지 주장을 받아들여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것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기존 안전관리책임자 규정과 관련한 자신들 주장을 법원이 인정한 것처럼 허위광고를 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과 안전보다 직역 이익을 우선시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멈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