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구로병원에서 운영 중이던 국내 유일의 중증외상 수련센터가 문을 닫는다. 사유는 정부지원금 9억원 삭감에 따른 운영난이다.
의료계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예산 삭감을 두고 가뜩이나 지원자가 없는 중증외상 분야에 양질의 전문인력 양성을 도외시한 아쉬운 판단이라는 시선이다. 필수의료 기피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 관련 예산의 삭감을 두고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5일 고대의료원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2월말 중증외상 수련센터가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상 전문의는 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가 세부 전공으로 외상외과를 선택해 추가로 2년간 수련해 세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를 말한다
고대구로병원의 중증외상 수련센터는 지난 2014년 중증외상 전문의 육성 필요성에 따라 설립된 이후 외상외과 전문의는 20여명을 양성하는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립 11년만에 예산지원 중단을 이유로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고대의료원 관계자는 "정부지원 중단으로 수련센터 운영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다만 외상센터 진료와 함께 수련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관련 예산안 삭감은 복지부의 국회 제출안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복지부 예산은 전년대비 1665억원 줄어든 125조5000억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복지부는 전공의 수련 예산과 함께 별도안으로 해당 예산안을 마련코자 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증외상수련센터 운영 '제도적 설계' 미흡
중증외상 수련센터는 그간 카데바 워크숍 운영은 물론 외상외과 분야 명사 초청 등을 진행하는 등 많지않은 예산에도 양질의 수련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더욱 아쉬운 점은 당장 다음달 수련센터에서 수련을 받기로 했던 외과 전문의 2명도 운영 중단을 이유로 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과계에서는 중증외상수련센터 필요성에는 긍정하면서도 세부적인 지원방안 등 정책적인 설계가 다소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쉽게 말해 중증외상 수련을 전문의에 대한 직접적인 혜택이나 지원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은 "중증외상 수련센터 필요성은 너무도 인정된다. 하지만 정부지원 정책에 대한 세부적인 설계가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센터는 문을 닫지만 정책 재설계로 수련비용 지원 방안이 새롭게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