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문(門) 닫는 원인으로 예산 삭감이 지목되자, 여야 정치권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삭감 폭거가 자초한 사안”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말라. 기획재정부가 삭감했다”며 맞섰다.
6일 국민의힘 호준석 대변인은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없어지는 이유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의 입법부 폭주를 꼽았다.
호 대변인은 “민주당의 ‘중증 입법부 폭주’로 검찰·경찰·감사원 등 국가 범죄·비리 대응 역량은 물론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 시스템까지 근본적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감액 예산안 단독·강행 처리 등 예산 폭거에 대해 국민에 사과하라”며 “센터 운영 중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국민·의료계·환자들에게도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前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민주당을 저격했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예산을 기획재정부가 깎아 국회로 넘어갔고, 보건복지위원회가 다시 살렸지만 민주당이 감액된 예산만 단독처리해 이 예산이 살아나지 못했다”고 일침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큰 소리 친 정부도 할 말이 없지만, 예산 심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식하게 삭감하기만 한 민주당 책임이 크다”며 “정부는 고대구로병원과 협의해 추경에서 이 예산을 다시 살려내라”고 촉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지원 예산 9억원이 전액 삭감됐다”며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사라진다면 응급의료 현장 공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주장에 민주당 측은 발끈했다. 강선우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는 “범인은 국민의힘이다.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느냐. 중상 모략에도 성의가 필요하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강 의원은 “관련 예산을 처음부터 삭감한 주체는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 정부다”며 “지난해 9월 국회로 제출된 정부의 사업 설명자료부터 다시 읽어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복지부가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과 외과계 전공의 등 전문외상 교육을 위한 예산 편성을 요구했으나, 기재부의 조정 과정에서 이미 전액 감액됐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민주당 때리기를 중단하고, 긴축재정 기조로 예산을 썰어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기재부 장관)의 권한대행에게나 손가락질 하라”고 분노했다.
이현택 민주당 부대변인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 부대변인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있지도 않은 예산을 어떻게 삭감하느냐”며 “잘 찾아봤다면 할 수 없는 유언비어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생명이 걸린 필수의료 문제를 왜곡하지 말라”며 “윤석열 정부의 무능으로 생긴 의료공백으로부터 국민 생명을 지키고, 제2의 이국종이 나올 수 있도록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는 지난 11년 동안 정부 예산 지원으로 운영돼 왔다. 지난해 12월 9억원 규모의 예산이 전액 삭감돼 이달 말까지만 운영될 위기에 놓였다.
6일 서울시는 재난관리기금 5억원을 투입해 수련 기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다른 병원으로도 전문의 양성 체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