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으로 전남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던 피해자가 숨진 사건에 대해 법원이 담당 전공의와 병원에 대해 가해자와 함께 공동으로 4억3천만원 등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알려진 이후 의료계는 "부당한 법적 판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7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피해자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한 의료진을 데이트폭력 가해자와 동일한 범죄자로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폭행으로 응급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의 뇌출혈 환자라면 사망 가능성이 있는 중증환자"라며 "이를 초래한 것은 당연히 가해자"라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법원이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피해자가 의료진을 만나지 않았으면 살았을 것이란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병원에 지운 설명의무 위반 책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의사회는 "복통 환자에게 사망 가능성부터 4000개 병명을 다 설명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설명의무는 도대체 얼마나 해야 충분하다고 판결하겠느냐"며 "몇 시간을 대화해도 빼놓은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응급실처럼 급박한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고 일갈했다.
의사회는 "모든 술기와 처치는 위험성과 합병증을 동반한다"며 "어쩔 수 없이 벌어진 문제를 법원이 처벌한다면 위험하고 합병증이 예상되는 모든 환자가 어떤 의료기관에서도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비전문가 법원이 마음대로 휘두른 판결의 칼날은 의료계에 대한 또 다른 '처단'이고 치료 포기를 종용하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성남시의사회 역시 성명서를 통해 "의료진 판단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폭행 가해자와 동일한 수준의 공동책임을 부과했다"고 규탄했다.
의사회는 "책임을 의료진에게 전가하는 위험한 판결이자, 필수의료와 응급의료를 위축시킬 판결"이라며 "정부와 사법부가 의료 현실을 외면하고 계속 의료진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한다면 국민 생명과 안전도 결국 지키지 못하게 된다"고 역설했다.
한편, 광주고등법원은 최근 데이트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이 전남대병원으로 이송, 수술을 받는 준비과정에서 중심 정맥관 관통상을 입어 숨지자 유가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가해자와 의료진, 전남대병원에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공동으로 손해배상금 약 4억3000만원과 지연 이자 지급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