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기반으로 한 미래 먹거리 창출인 신약 연구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단백질 구조 분석, 신약 개발 경쟁에 공격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 AI연구원은 지난 2월 5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차세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LG AI연구원은 서울대 연구팀과 협업해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선다. 이는 구광모 회장이 강조했던 ‘미래 먹거리’ ABC(AI·바이오·클린테크) 실현을 위한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미 LG AI연구원은 지난해 유전체 비영리 연구기관인 잭슨랩과 알츠하이머, 암의 진단,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의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LG그룹 제약바이오 핵심 계열사인 LG화학은 LG AI연구원의 엑사원(EXAONE)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고, AI 신약 개발 기업인 갤럭스 등과도 공동 연구 중이다.
이번 서울대와의 협업을 통해 신약 개발 연구 속도를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3년과 2024년 연속해서 미국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를 잇따라 방문해 바이오 및 AI 사업 현황, 육성 전략 상황 등을 점검해왔다.
LG화학은 2019년 바이오 및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보스턴 법인(이노베이션센터)을 설립했다. 이 외에 삼바·셀트리온·JW중외제약 등도 보스턴에 R&D 및 영업 사무소 등을 두고 있다.
현재 미국 보스턴은 전 세계 바이오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2000여개가 밀집해 있다. 전세계적인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와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때문에 구 회장은 지속적으로 LG화학 보스턴 법인과 하버드 의대와 연계된 항암 연구시설 다나파버 암센터, 세포치료제 생산시설 등을 둘러보고 병원과 제약사 협력 모델 등 동향을 살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LG AI연구원의 국내 서울대 연구진과의 협업이 차세대 먹거리 바이오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보스턴에서 “LG는 10년, 20년을 미리 준비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해 왔다”며 “LG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K·롯데 등 재계 대표 총수들 잇따라 "바이오 집중" 천명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바이오를 제2 반도체로 삼고 사업에 가장 공격적이다. 삼성은 이미 과거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 계획안’을 통해 450조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런 기조를 토대로 이 회장은 지난 2023년 5월 미국 현지에서 글로벌 빅파마社 및 바이오 벤처 대표(CEO)들과 연쇄적으로 만나 바이오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네트워킹 이후 역대 최대 수주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창사 첫 4조 5473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시장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코로나19 백신 개발부터 바이오 사업에 진심이다. 2023년과 2024년 연속해서 SK바이오팜 미국 법인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는 등 바이오 보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 회장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도 고속 승진과 함께 영향력을 키우고 있고, 신약 개발에 적극 개입하는 등 바이오에 진심이다. 올해는 JP모건 콘퍼런스도 참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사장단 회의 등을 통해 신성장동력 축으로 바이오를 설정, 인천 송도 롯데바이오로직스 공장 설비 투자에만 3조원 이상을 쓸 계획이다.
특히 오너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 전략실장을 겸임하면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동분서주 하며 현장 경영을 늘리고 있다.
이번 LG의 AI 신약개발 협력 등을 비롯 바이오 사업을 직접 챙기는 재계 오너들이 늘어나면서 총수 간 경쟁도 뜨거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