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사무장병원 논란 속에서도 단순히 비의료인이 병원 운영에 개입했다는 정황만으로 요양급여비를 부당이득으로 간주해 환수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채정선)는 최근 A의료법인 파산관재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를 받아들여 환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A의료법인은 지난 2006년부터 4개 요양병원을 순차적으로 개설, 운영했다.
그러나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 2018년 해당 병원이 비의료인 B씨와 C씨가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는 혐의로 수사를 진행,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병원 운영의 결정권이 비의료인에게 있었으며 병원의 주요 재정이 비의료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고 판단하고, 4개 요양병원에서 청구된 요양급여비 총 593억2059만원을 부당이득으로 판단하고 환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A의료법인은 법적으로 의료법인 설립 절차를 준수했으며,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했다고 반박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A의료법인은 소송이 진행 중인 지난해 1월 파산 선고를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건보공단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환수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이 같은 재판부 판결에는 앞서 지난해 7월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난 점이 주효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은 지난 2019년 B씨를 사기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은 B씨가 A의료법인 의사결정을 주도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의료법인이 실체 없는 법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운영 과정에서 비의료인이 개입했더라도 병원 공공성과 비영리성이 완전히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으나 대구고등법원 역시 기각 결정을 내리며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재판부는 "수사 결과만으로는 A의료법인이 충분한 자본 없이 설립돼 정상적인 병원 운영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병원으로부터 받은 급여가 병원 규모와 수익에 비해 과도하게 많았는지 여부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특히 의료법인 계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자금 흐름이나 회계 처리 방식도 불투명해 비의료인 개입 정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사무장병원 여부 판단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기준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건보공단이 요양급여 환수 처분을 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비의료인이 개입했다는 정황만으로는 부족하며, 의료법인 실체성과 운영 형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