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단 의대생들이 3월말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정원을 기존 5058명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 사이에서는 찬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오후 브리핑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동결해달라' 대학 총장들 요청에 대해 "총장님들의 자율적인 의사를 존중코자 한다"며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달 17일 교육부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24년 수준인 3058명으로 설정하고, 2027학년도 이후 정원은 의료계와 합의해 구성한 의료인력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에서 결정하자고 건의했다.
이어 대한의학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 8개 의료계 단체와 더불어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의 총장들로 구성된 의대선진화를위한총장협의회(이하 의총협)까지 연달아 정원 동결을 요청했다.
이에 정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정부는 3월 말까지 학생들이 전원 복귀할 경우 대학 총장 및 의대 학장들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 부총리는 "3월 말까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의총협이 건의한 방안은 철회되고 입학정원은 5058명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복귀 기준에 대해 양오봉 의총협 공동회장(전북대 총장)은 "단순히 강의실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실험‧실습 등 수업을 이수하고 학점을 정상적으로 받는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만약 의대생 복귀가 지연될 경우 학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학생 복귀를 위해 학사일정을 변경하는 등 별도 조치는 없을 것"이라며 "복귀하지 않는다면 학칙에 따라 학사 경고, 유급, 제적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신입생에 대해서는 "정원을 이유로 수업을 거부하는 등 단체행동에 참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올해 4월 이후에는 대학 교육 여건에 따라서는 학생 여러분 복귀를 희망한다고 해도 원하는 시기에 학교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의총협·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의대생 복귀" 호소
이해우 의총협 공동회장(동아대 총장)은 "3058명 모집 인원 수용은 의정갈등 해소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대승적 결단"이라며 학생들의 신속한 복귀를 요청했다.
이종태 KAMC 이사장은 "정부 결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2026학년도 정원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학생 여러분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렵게 합의한 모집 인원에 대한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이어 "의료계는 국민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며,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며 "의대협회는 학생들이 정부에 요구한 사항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을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단체들은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진 않은 가운데,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이번 조치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라는 물음표만 적어 의구심을 표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2025학년도에 1509명이 증원된 만큼 2026학년도에는 의대 정원을 기존 3058명보다 적게 선발하거나 심지어 아예 선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조치가 의료계가 요구한 사항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대전협과 의대협은 지난해 의정갈등이 촉발된 직후 의대 증원 백지화를 비롯해 각각 7가지 및 8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한 바 있으며, 의대협은 이 요구안 관철을 목표로 올해 휴학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더불어 대한의사협회는 내년도 정원을 확정하기에 앞서 올해 입학생들에 대한 '마스터플랜'부터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의료계 안팎에서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의대 정원 동결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옳은 결정"이라며 "우선 3058명 동결로 전공의와 의대생들 복귀를 성사시키고 의료개혁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를 향해 "이번에는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정부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필수의료 개혁을 위한 논의는 복귀해서 이야기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前) 대표는 "저는 지난해 8월 같은 내용의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더 중요한 민생은 없다. 이번에는 꼭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환자단체연합회로 구성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6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말바꾸기로 정책 혼란을 초래하지 말고, 갈등 봉합에만 급급한 의대 증원 후퇴 요구를 즉각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2026년 정원을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조정해야 한다"며 "이것이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의료계의 고질적인 집단행동을 막고 '의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는 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