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이창현 교수팀이 "다중 자세에서 촬영된 허리 X선 사진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 모델은 MRI를 사용하지 않고, X선 사진만으로 91.4% 진단 성능을 기록하며 요추협착증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향후 MRI 비용 절감과 의료접근성 향상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MRI는 요추협착증 진단에 가장 정확하지만 고가의 검사비, 긴 촬영 시간, 중대형병원에서만 촬영이 가능한 어려움이 있다. 반면 X선 촬영은 저렴하고, 빠르며, 차량으로 이동식 촬영도 가능하지만 진단 성능은 매우 낮았다.
이에 연구팀은 지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촬영된 요추협착증 환자 2500명과 정상 대조군 2500명의 중립, 굴곡, 신전 등 다중 자세에서 촬영된 X선 사진을 사용해 요추협착증 진단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중립, 굴곡, 신전의 세 가지 다른 자세에서 촬영된 X선 사진을 AI 모델에 입력해 요추협착증을 진단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이 모델은 각 자세에서 추출된 이미지 특성을 결합한 후 이를 하나의 통합된 모델로 분석해 진단 정확도를 높였다.
이 방법을 통해 연구팀이 지난 2022년 개발한 단일 자세 기반 딥러닝 AI 모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양성(오탐지)과 위음성(미탐지) 오류를 줄여, 더욱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했다.
연구팀은 'ResNet50', 'VGG19', 'VGG16', 'EfficientNet-B1' 등 다양한 AI 모델을 사용해 5000여 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을 진행한 결과, ResNet50 기반 모델은 AUROC 기준 91.4%의 뛰어난 진단 성능을 보였고, 외부 검증에서도 79.5%를 기록해 양호한 성능을 입증했다.
이는 해당 모델이 다양한 환경에서도 우수한 일반화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AUROC는 이진 분류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지표로 100%에 가까울수록 예측 성능이 우수하다.
이번 연구는 AI 모델을 사용해 MRI 없이 X선 사진만으로 요추협착증을 진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 특히 MRI 촬영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다중 자세 기반 X선 사진을 통해 요추협착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창현 교수는 "이 기술은 5년여 동안 개발·고도화돼 특허 등록을 완료한 AI 알고리즘으로 MRI 없이 X선 촬영만으로 요추협착증을 진단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X선 사진 기반 요추협착증 진단의 가능성을 크게 확장하며, 특히 심하지 않으나 지속적인 요통을 겪는 환자에게 선별검사로 활용하면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지난호에 게재됐으며, 연구팀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현재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