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K 계약 이후 러브콜 쏟아지고 있으며 에피톱(항원결정기)·모달리티(치료법) 기반 기술이전이 지속될 것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기업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월 7일 GSK와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기반으로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siRNA(small interfering RNA), ASO(Antisense Oligonucleotide),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또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 항체 등의 다양한 모달리티를 활용해 복수의 새로운 표적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 739억 원(3850만 파운드)를 포함해 최대 1480억 원(7710만 파운드)의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기술료)을 수령할 예정이다.
또한 에이비엘바이오는 복수 프로그램 개발, 허가 및 상업화 마일스톤으로 최대 3조9623억원(20억6300만 파운드)과 함께 순매출에 따른 단계별 로열티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JP모건 만남 후 3개월, 역대급 속도 빅딜 진행"
이 대표는 "JP모건 첫날 첫 번째 미팅이 바로 GSK였으며 셋째 날 대략적인 딜(Deal) 결정이 됐다. 보통 JP모건 후 하반기쯤 계약이 마무리되는데, 불과 3개월만에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금년 1월 기업설명회에서 이 대표는 "올해 사노피를 뛰어넘는 기술수출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궁금증을 유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지난해 텀싯(Term Sheet·가계약) 체결 후 기술수출 기대감이 컸던 그랩바디-B 플랫폼 관련 건은 논의를 중단했다. 더 큰 규모 기업이 더 좋은 조건으로 관심을 보였기때문"이라고 밝혔는데, GSK와의 계약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해 A회사와 아밀로이드 베타(뇌에서 생성되는 펩타이드 단백질, 알츠하이머병 주요 바이오마커) 독점에 대해 논의했다. 그런데 아밀로이드 항체는 너무 다양하게 개발돼 뭐가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독점권을 주면 추가계약이 어려뤄져 결국 논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에 GSK와 에피톱 단위로 계약을 맺었다.
에피톱은 항체가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위치를 말한다.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 등을 표적으로 하는데 항체가 단백질에서 결합하는 위치는 약물마다 다르다. 즉, 에피톱으로 계약을 맺을 경우 추가계약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GSK가 금년 1월 JP모건에서는 아밀로이드를 독점하지 않겠다고 동의했지만, 타우에 대해서는 3월 초까지도 포기를 못한다고 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래서 '회사 내부적으로 타우 프로그램이 있는데 개발 후 타우와 GSK BBB 물질을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설득했다. 이에 GSK가 동의해서 아밀로이드와 타우에 대해 비독점적인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기술이전 전략을 '에피톱 독점' 방식으로 진화시킬 방침이다.
기존 타깃 독점이나 품목 독점은 사업 확장에 제한이 있지만, 에피톱 단위로 기술이전을 하면 하나의 타깃 내에서도 복수 기업과 다양한 계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GSK와 계약 후 글로벌 제약사 등 적잖은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번 계약 후 많은 연락이 오고 있다. 러브콜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에서 '에이비엘바이오가 이번 주 화두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자신을 뽑아 달라는 연락도 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올해 추가 기술이전 계약이 가능할 것"이라며 "금년을 기점으로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업가치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담도암 신약 'ABL001'과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 이중항체 ADC 개발에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상훈 대표는 "이중항체 ADC 시장 선점을 위해 올해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CEO를 선임했다"면서 "내년 중 ABL001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 승인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