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은 굉장히 시의적절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 목숨이 깔딱거리는 상황에서 연명시킨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상급종병은 인력을 뽑는데 더 투자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지방 대학병원들부터 피해가 시작될 것
10일 박은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은 의학한림원 미디어포럼에서 상급종병의 강한 위기를 예견했다. 높은 레지던트 의존율로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을 시 위기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은철 부원장은 "이제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5월부터 병원에 돌아와도 옛날처럼 진료하지 않을 걸로 보다. 이제는 우리는 진료보조인력이 아니라 수련받는 의사라고 인식이 변할 것"이라며 "레지던트 의존도가 높은 병원들은 위기가 더 심각해질 예정"이라고 예견했다.
박 부원장은 현 의료환경을 '마르기 시작한 저수지'에 비유하며 "지방 대학병원들이 가장자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권과 지방을 나눠보면 저수지 가장자리는 지방이다. 거기부터 피해가 시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급종합병원, 종별 유일하게 수익 '5.5% 감소'
박 부원장에 따르면 상급종병의 2024년 수입은 전년대비 5.5%(총 진료비 18조9460억원) 감소한 반면, 병원은 전년대비 16.3%(10조6080억원), 의원급(27조727억원)은 12.7%가 증가했다. 종합병원은 9.8%(20조727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익률로 환산하면 상급종병은 4.1% 감소(7780억원 손실), 종합병원은 2.9%(5860억원), 병원은 4%(4200억원), 의원은 1.6%(456억원) 증가했다.
특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병원일수록 적자폭이 커졌으며 의대정원 증원 갈등이 컸던 병원, 수도권 대형병원 등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부원장은 "상급종병은 2023년 대비 2024년 건강보험에서 4.1% 손해를 봤다. 적자난 병원은 적자가 더 났고, 흑자이던 병원은 적자로 전환했다"며 "비급여와 건강검진 별도 운영을 빼고 계산한 수치로 인턴과 레지던트 의존도가 큰 병원들일수록 적자폭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의정사태→ 배출인력 급감, 인력난 심화
2025년 의사 배출 인원은 269명으로 전년 대비 91.3% 감소하며, 전문의 배출도 509명으로 81.3% 줄었다. 이는 현장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박 부원장은 "전문의들이 당직까지 서며 버티고 있지만 업무 강도는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우 증가’ 56%, ‘다소 증가’ 38.3%로 응답자 94.3%가 업무강도 상승을 체감하고 있으며 전문의 44.6%는 이직을 고려 중이고 적극적인 의향을 가진 경우도 13.4%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병원급 의료기관 이익률이 가장 크고, 거기서 전문의를 스카우트하기 시작했다. 2~3배 연봉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지방 상급종합병원 인력 이탈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근거로 상급종합병원 환자 수는 줄고, 병원급 기관 중증도는 증가하는 대목을 꼽았다. 과거 상급종병을 찾던 중증 환자들이 병원급으로 많이 이동했으며 이런 흐름이 병원들 수익 증가로 연결됐다.
그는 끝으로 “2025년은 상급종합병원에게 버텨야 하는 해다. 진짜 문제는 인력 부족에서 비롯된다. 수익도, 정책도 결국은 인력 없이는 무의미하다”며 “상급종병들이 생존코자 한다면 인력 확보에 보다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