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새로운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면역치료법의 효과를 획기적으로 증강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미국 피츠버그대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s·약칭 Tregs)'를 이용해 T세포(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암세포의 위장 전술을 역으로 깰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1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 의대의 다리오 비그날리 면역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네이처 이뮤놀로지(Nature Immunology)'에 발표했다.
비그날리 교수는 "PD1 같은, 세포 표면의 (면역) 억제 분자를 차단하는 면역치료제가 암 치료의 대변혁을 일으키고 있지만, 종양이 완전히 없어지는 환자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라면서 "더 강한 항암 효과를 가진 새로운 약제 개발의 접근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비그날리 교수팀이 초점을 맞춘 Tregs는, 면역체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다시 말해 외부 항원에 신속히 반응할 정도로 면역체계의 민감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과민반응은 억제해야 하는 것이다. 면역체계가 자기 세포를 공격하면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Tregs는 신호전달 단백질 분자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이 미세한 균형을 유지한다.
암세포가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T세포를 무력화하는 데 이용하는 게 바로 Tregs다. 이 사실은 이전의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것이고, 비그날리 교수팀도 그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연구팀은, 어떻게 Tregs가 억제 사이토카인인 인터류킨-10(IL -10)과 인터류킨-35(IL -35)를 이용해 T세포를 무력화하는지 밝히는 걸 목표로 삼았다.
먼저 발견한 건, Tregs가 증가하면 IL -10이나 IL -35가 분비되지만 둘 다 동시에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결과는 인간과 생쥐 실험에서 똑같았다.
비그날리 교수는 "이건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Tregs가 활성화하면 면역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쓸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라면서 "Tregs는 어느 쪽 사이토카인을 분비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암 종양이 면역체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피하려면, 각각 IL -10과 IL -35를 분비하는 두 종류의 Tregs가 모두 필요하다는 걸 생쥐 실험에서 확인했다.
비그날리 교수는 "라테를 만들려면 커피와 우유가 모두 필요한 이치와 같다. 둘 중 하나면 없어도 라테는 만들 수 없다"고 비유했다.
IL -10과 IL -35가 동시에 작용하면 BLIMP 1이라는 단백질이 활성화해 T세포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백질은 PD1, LAG 3, TIM 3, TGIT 등 다양한 억제 분자들을 T세포 표면에 발현하게 해 암세포를 탐색하고 공격하는 T세포의 능력을 약화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선 이런 면역억제 단백질 중 하나 또는 두 개만 차단해 T세포를 교대로 활성화하는 치료법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만약 IL -10과 IL -35를 동시에 차단하는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면 여러 종류의 억제 단백질 발현을 일거에 봉쇄해 치료 효과를 대폭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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