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정원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팀은 미국국립보건원(NIH)과 공동 연구에서 간 기능을 신경학적 경로로 조절하는 실마리를 발견했다.
술을 자주, 많이 마시면 마리화나와 유사한 기능을 가지는 '엔도칸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합성과 분비가 간 성상세포(hepatic stellate cell)에서 늘어난다.
이는 간세포 막에 있는 수용체(CB1R)를 활성화해 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도한다.
엔도칸나비노이드 수용체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것이 지방간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엔도칸나비노이드 발생 과정에 '글루타메이트'(glutamate)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엔도칸나비노이드 생성을 촉발하는 상위 조절자인 셈이다.
글루타메이트는 중추신경계에서 주로 분비되는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 때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로 글루타메이트가 분비된다. 이는 간 성상세포에서 엔도칸나비노이드 발현을 유도해 다시 간세포 지방 축적을 유도한다.
간세포와 간 성상세포 사이 신호전달 체계인 '대사 시냅스'(metabolic synapse)가 작용한 결과다.
에너지 생산에 쓰이는 글루타메이트를 알코올 분해에 따른 스트레스에 저항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동물실험 결과, 글루타메이트 또는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단백질을 억제할 경우 지방간은 현저히 감소했다.
알코올성 간 질환 치료 표적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엔도칸나비노이드를 직접 겨냥할 때 야기되는 부작용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실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혈중 글루타메이트 농도는 건강한 사람보다 대체로 높다.
정원일 교수는 "신경세포 간 신호를 주고받는 시냅스처럼 간에도 신경계와 유사한 대사 시냅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알코올성 간 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이날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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