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상태의 타우 단백질은 뉴런(신경세포) 내 물질 운반 등에 관여하며 순기능을 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이나 만성 외상성 뇌 병변증(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생길 땐 환자의 뇌에서 뭉쳐 독성을 띤다.
미국 워싱턴대의 신경학과 과장인 데이비드 홀츠먼 석좌교수 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10일(현지시간) '동료 심사(peer review)' 학술지 '실험의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발표했다.
이날 온라인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 링크 ) 등에 따르면 홀츠먼 교수팀은, 타우 단백질이 뭉치면서 신경퇴행성 질환이 생길 때 소교세포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밝히기 위해 생쥐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엔 인간의 타우 단백질이 돌연변이 형태로 생기게 조작한 생쥐를 썼다. 보통 이런 생쥐는 생후 6개월부터 타우 단백질 타래를 형성하기 시작해 생후 9개월이 되면 신경 손상 증상을 보인다.
연구팀이 특히 주목한 건 APOE라는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모든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갖고 있지만, APOE4 변형의 보유자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APOE4를 가진 사람이 이 병에 걸릴 확률은 저위험 유전자형 보유자의 최고 12배에 달한다고 한다. 앞서 연구팀은, 타우 단백질이 뉴런에 미치는 독성 효과를 APOE4가 증폭한다는 걸 입증했다.
연구팀은 생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실험군은 인간의 APOE4 유전자를 갖게 하고, 대조군은 아예 APOE 유전자를 제거했다. 아울러 생후 6개월부터 시작해 3개월 동안 실험군에는 뇌에서 소교세포를 대폭 줄이는 화합물을, 대조군에는 '위약(placebo)'을 먹였다.
그러고 보름이 지나자 타우 단백질 타래가 생기고 고위험 유전자형도 가진 생쥐의 뇌는 심하게 쪼그라들며 손상됐다. 이런 생쥐 뇌에선 소교세포도 관찰됐다.
그러나 화합물로 소교세포를 제거한 생쥐는 APOE4 유전자를 가졌는데도 뇌가 정상으로 건강해 보였고, 해로운 형태의 타우 단백질도 훨씬 적었다.
소교세포와 타우 단백질 변이형은 있고 APOE는 없는 생쥐도, 뇌 손상이 최소한에 그쳤고 타우 단백질 타래가 생길 조짐도 거의 없었다.
후속 실험에서 소교세포가 활성화하려면 APOE 유전자가 꼭 필요하다는 게 확인됐다. 비활성 상태의 소교세포는 뇌 조직을 파괴하거나, 유해한 타우 단백질 타래의 발달을 자극하지 못했다.
보고서의 제1 저자인 시 양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소교세포가 뉴런 염증과 사멸을 유발해 신경퇴행성 질환을 일으키는 것 같다"라면서 "하지만 소교세포가 없거나, 있더라도 비활성 상태라면 타우 단백질 타래는 발달하지 않고, 신경학적 손상도 생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홀츠먼 교수는 "신경 퇴행이 시작되는 단계에 소교세포를 확실히 비활성 상태로 만드는 약을 개발한다면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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