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바이러스 보유자가 약 2억5천만 명으로 추정되고, 매년 약 90만 명이 B형 간염으로 목숨을 잃는다.
아직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아, 한번 걸리면 평생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간암이나 간 경변 등 치명적 질병에 걸릴 위험은 상대적으로 높다.
마침내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B형 간염 치료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B형 간염 바이러스(HBV)가 환자의 간세포에 뿌리내리는 데 꼭 필요한, 환자의 DNA 수선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이 메커니즘에서 DNA 복구에 관여하는 단백질 중 하나만 없어도,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사람의 간세포에 침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학의 알렉산더 플로스 분자생물학 부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를 9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HBV가 숙주의 간세포에 정착해 증식하려면, 먼저 자신의 유전체에서 완전하지 못한 부분을 복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HBV는 숙주 세포의 DNA 복구 시스템 가운데 일부를 가져다 써야 하는데, HBV가 필요한 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지는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었다.
플로스 교수팀은 HBV의 침투 과정을 시험관에 재연한 뒤 사람의 간세포에서 추려낸 수십 종의 'DNA 복구 인자(DNA repair factor)'를 일일이 테스트했다. 그 결과, 단 5종만 있으면 HBV가 유전체 결함을 완전히 복구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 제거해도 복구 과정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5종 하나하나가 HBV 감염을 차단하는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가운데 하나인 'DNA 중합 효소 델타(DNA polymerase delta)'는 아피디콜린(aphidicolin)이라는 약물로 억제할 수 있다.
연구팀은 동물모델에 아피디콜린을 투여해, B형 간염바이러스의 유전체 복구 과정이 차단된다는 걸 확인했다.
토양의 세팔로스포륨 속(屬) 진균류(Cephalosporium aphidicola) 배양액에서 추출하는 아피디콜린은 진핵세포의 DNA 합성을 선택적으로 방해하지만, RNA 합성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플로스 교수는 "안정된 형태의 바이러스 DNA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것은 수십년간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라면서 "이번 연구는, 최종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훌륭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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