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소화관에 있는 세균 종에 따라 대장암에 미치는 영향과 작용 메커니즘이 어떻게 다른지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미시간대 의대 연구진이 이런 메커니즘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일부 유형의 장 세균은 CD8+ T세포 등 특정 면역세포를 지나치게 자극해, 오히려 장의 염증과 암 종양 형성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세균의 과도한 자극이 T세포를 기진맥진하게 만들어, 정작 필요한 암 공격 능력은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원래 T세포는 암을 억제하는 기능을 해야 정상이다.
미시간대 의대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발표하고, 별개의 논문 개요도 13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이 대학 암센터의 그레이스 천 혈액학·종양학 부교수는 "장 세균이 암에는 양날의 칼일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특히 연구자들은 T세포 고갈을 촉진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천 교수팀은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한 생쥐 실험에서, 똑같은 소화관 염증 촉진 인자나 발암 물질에 노출돼도 대장암 발생과 진행 양상은 크게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첫 번째 그룹에선 평균 5개의 종양이 형성됐지만, 두 번째 그룹에선 15개가 생겼고 염증 반응도 훨씬 더 심했다.
분변에 섞인 세균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니 장의 미생물군을 구성하는 세균 종이 서로 뚜렷하게 달랐다.
양쪽 그룹의 생쥐에서 채취한 분변을 무균 환경에서 기른, 유전적으로 동일한 생쥐들한테 이식한 결과, 두 번째 그룹의 분변을 받은 생쥐가 대장암에 훨씬 더 취약했다.
연구팀은 이런 실험을 반복한 끝에 암을 촉진할 수도 있고, 억제할 수도 있는 9개의 상이한 세균 집단을 분류해냈다.
둘째 그룹 생쥐의 장에는 첫째 그룹보다 T세포가 더 많았고, CD8+ 유형의 T세포는 더욱 더 많았다.
CD8(세포표면 항원무리 8)은 T세포 수용체의 공동수용체 기능을 하는 당단백질이다. CD8이 세포 표면에 발현한 세포 독성 T세포를 따로 CD8+ T세포라고 한다.
T세포가 더 많은데도 암 종양이 더 많이 생긴다는 건 직관에 반하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특정 세균 집단이 과잉 자극으로 T세포의 힘을 빼면, T세포의 암세포 공격력도 약해질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두 번째 그룹 생쥐의 분변을, CD8+ T세포가 결핍되게 조작한 생쥐에 이식했더니, CD8+ T세포가 있을 때보다 암 종양이 덜 생겼다.
특정 유형의 세균이 존재하면 T세포가 도리어 암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걸 뒷받침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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