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신경 줄기세포가 끊임없이 새로운 신경세포(뉴런)를 만들어내는 덕분에 뇌는 손상된 조직의 복구에 필요한 신경세포를 수시로 확충할 수 있다.
문제는 불시에 나타나는 돌연변이가 뇌 신경 줄기세포의 분열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경 줄기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뇌의 학습과 기억 능력이 감퇴한다.
이런 뇌 신경 손상이 어떤 생리적 경로를 거쳐 발생하는지는 지금까지 거의 밝혀진 게 없다.
그런데 스위스 취리히대 과학자들이 뇌의 신경 발달을 제어하는 지질 대사 효소를 발견했다.
다시 말해 뇌의 신경 줄기세포 분열을 치료적 목적으로 조절하는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특정 지질 대사 효소가 이처럼 뇌의 줄기세포 활동을 평생 제어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처음이다.
취리히대(UZH) 뇌 연구소의 제바스티안 예스베르거 교수팀은 이런 요지의 논문을 8일 저널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발표했다.
FASN(지방산 합성효소)은 말 그대로 지방산의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다.
하지만 이 효소를 생성하는 특정 유전자 코드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뇌 인지 기능의 결함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과 인간 뇌 오르가노이드(human cerebral organoid)에 실험하면서 FASN의 유전적 변이를 관찰했다. 오르가노이드는 인체 기관을 모방해 배양한 3차원 줄기세포이며 '유사 장기'로도 불린다.
인지 기능이 손상됐을 때와 똑같은 변이가 FASN에 나타나게 유전 정보를 조작하자, 생쥐와 오르가노이드 양쪽 모두에서 뇌 신경 줄기세포의 분열이 줄었다.
변이를 일으킨 FASN 효소는 과도한 활성 상태로 변하면서 줄기세포 내의 지방 축적을 늘렸다. 그러자 스트레스를 받은 줄기세포는 분열 능력이 떨어졌다.
아울러 FASN에 돌연변이가 생긴 생쥐도 학습과 기억 기능이 약해졌다는 게 확인됐다.
종합하면 FASN 지질 대사와 줄기세포 분열과 인지 능력이 기능적으로 서로 연관돼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예스베르거 교수는 "뇌의 신경 줄기세포 활동을 치료 목적으로 조절해 뇌 손상을 복구하게 되기를 바란다"라면서 "뉴런의 소멸로 생기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 퇴행 질환도 그런 적용 범주에 포함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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