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최근 2∼3년간 암 입원비 지급 거절로 분쟁에 휘말린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융당국 권고를 수용하는 데에 다른 생보사에 비해 여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고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암 입원 보험금(이하 암 입원비) 분쟁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의 지급권고에 대한 삼성생명의 '전부 수용' 비율은 62.8%로 나타났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296건 중 186건에 대해서만 암 입원비를 전부 지급했다. 33.1%에 해당하는 98건은 일부만 수용했고 4.1%인 12건은 지급권고를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경쟁사는 모두 지급권고 전부 수용 비율이 90%를 웃돌았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전부 수용 비율은 각각 90.9%와 95.5%를 기록했다.
그 외 AIA생명, 미래에셋생명, 푸르덴셜생명, 오렌지라이프, 농협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은 모두 당국의 암 입원비 지급권고를 100% 수용했다.
올해 들어 3월말까지도 삼성생명은 암 입원비를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64.4%만 그대로 따랐다.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모두 지급권고를 전부 수용했다.
삼성생명의 전부 수용 비율은 2018년 27.2%보다는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경쟁사들보다 훨씬 저조한 것이다.
삼성생명으로부터 암 입원비 지급을 거절당한 환자들은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등 단체를 만들어 시위를 이어가며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 개입으로 지난해 지급 기준이 확대됐지만 암 입원비를 둘러싼 삼성생명과 가입자들의 분쟁은 계속 이어졌다.
작년과 올해 3월 말까지 금감원이 처리한 암 입원비 분쟁은 1천298건이며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720건이 삼성생명에 제기된 민원이다.
암 입원비 분쟁의 핵심 쟁점은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에 암 입원비를 지급할지 여부다.
주요 대형병원은 수술 등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의 입원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암 환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채로 치료를 받는다.
암 환자들은 삼성생명이 보험 약관에서 약속한 대로 암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입원 장소가 요양병원이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가입 때와 달리 약관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거나 말 바꾸기라며 비판한다.
그러나 삼성생명 관계자는 "암 입원비는 암 치료와 직접 연관이 있는 입원 치료에 지급되고, 직접 연관이 없는 장기 입원은 일반 입원비가 적용 대상"이라며 "수백일씩 이어지는 요양병원 입원은 암 치료와 직접 연관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요양병원에서 입원한 채로 암 치료를 받은 한 환자는 암 입원비를 지급하라며 삼성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이달 15일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사안에 다른 생보사는 대체로 금융당국의 지급권고를 수용하는 편이지만 삼성생명은 '소송에서 가려보자'는 식"이라며 "환자마다 치료 내용이 다르고 상고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 있기에 이번 판결로 삼성생명의 거절이 모두 타당하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회사가 소송을 분쟁의 출구로 여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올해도 암 입원비 지급 기준을 거듭 완화했고 각 환자의 치료 내용에 따라 당국 권고의 95% 이상에 대해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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