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림프절에 전이한 뒤 다시 혈관으로 들어가 전신으로 퍼진다는 게 기존의 통설이나, 여러 장기로 퍼질 경우엔 갑작스럽게 혈관을 통해 전이된다는 설도 유력하다.
림프절 전이는 나쁜 예후의 전조지만 치료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이와 달리 멀리 떨어진 장기 등으로 퍼지는 원격 전이(distant metastases)는 보통 4기 암으로 분류되고, 치료의 목적도 임시적인 통증 완화에 그친다. 사실상 치료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암의 림프절 전이와 원격 전이는, 그 과정에 작용하는 진화적 기제가 서로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스탠퍼드대의 공동 연구팀은 26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장에 생긴 수십 개의 원발암 종양과 여기서 다른 부위로 퍼진 전이암의 진화 이력을 재구성해 분석했다. 그 결과, 림프절 전이는 진화적 다양성이 매우 높은 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유전적 이질성은, 원발암의 많은 하위 계통에서 암의 씨앗이 뿌려졌을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원격 전이 그룹은 이와 대조적으로 진화적 동질성이 두드러졌다. 서로 많이 닮았고, 가까운 과거에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멀리 떨어진 장기나 조직에 병소를 옮길 수 있는 원발암 세포가 매우 적으리라는 걸 암시한다.
더구나 개별 림프절 전이 내에서 관찰되는 유전적 다양성이 원격 전이암의 그것보다 훨씬 높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종합해, 해부학적으로 다른 부위에 전이암을 형성하는 선택적 압력이 현저히 다르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암의 림프절 전이는 많은 세포에 의해 상대적으로 쉽게 이뤄지지만, 멀리 떨어진 부위에 암세포가 퍼져 종양으로 발달하려면 훨씬 더 도전적인 '병목 통과'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발암의 유전적 하위 계통 가운데 극히 일부만 이런 능력을 갖춘 것 같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향후 연구에선 림프절 전이냐, 아니면 원격 전이냐를 선택하는 데 관여하는 세포·분자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가까운 림프절을 그냥 두고 멀리 떨어진 간 등으로 옮겨가는 게 더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림프절의 미세환경이 멀리 떨어진 장기의 유연조직(parenchyma)보다 전이에 유리해서인지 등이 관건인 셈이다.
또한 상이한 부위에서 전이암의 형성 속도를 제한하는 분자적 요인을 이해한다면, 새로운 예방적 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