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이 정해진 형태로 올바르게 접히는 건 매우 중요하다. 단백질의 접힘(folding)에 이상이 생기면 암, 알츠하이머병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이렇게 암 등을 부르는 샤프론 분자의 결함이, 몸안에 혈당량이 늘어나는 '포도당화(glycosylation)' 과정에서 생긴다는 걸 미국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뉴욕에 위치한 이 센터는 세계 정상급의 암 전문 연구·치료 기관으로 꼽힌다.
이 센터 산하 슬론케터링 연구소(SKI)의 가브리엘라 치오시스 박사팀은 1일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치오시스 박사는 "샤프론의 결함이 세포에 폭넓은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건 선행연구에서 드러났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라면서 "샤프론 결함을 가져오는 생화학적 메커니즘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을 밝혀낸 중대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치오시스 박사는 노화, 암, 알츠하이머병 등에서 흔히 관찰되는 세포 스트레스에 대해 오래전부터 연구해 왔다.
이번엔 유방암 등 암세포에서 GRP 94라는 샤프론이 겪는 변화를 중점적으로 관찰했다.
그러던 중 포도당화가 진행될 때 GRP 94의 행동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발견했다. 매우 유연했던 GRP 94가 경직된 상태로 바뀌면서 행동 방식이 비정상인 '불량 단백질'로 변한 것이다.
또한 포도당화를 겪으면서 GRP 94의 위치도 바뀌었다.
전에는 단백질 생성과 접힘이 이뤄지는 '과립 세포질 그물(endoplasmic reticulum)'에 주로 있었는데 포도당화가 완료된 후에는 원형질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위치 교체는 광범위한 단백질 기능 이상으로 이어졌고, 암을 더 공격적으로 만들었다.
연구팀은 포도당화로 생긴 GRP 94의 이런 변화를 암세포와 알츠하이머병 관련 세포에서 관찰했다. GRP 94가 좋은 약물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연구팀은 원형질막에서 GRP 94에 작용하는 저분자 물질(PU-WS13)을 발견해 GRP 94의 결함 복구에 효과가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러나 이런 접근을 통해 치료 약을 개발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치오시스 박사는 "PU-WS13은 하나의 원형에 불과하며, 실제로 인간에게 적용하려면 더 많이 다듬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자금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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