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어떻게 이런 면역 회피 전략을 구사하는지를 미국 미시간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T세포 생존과 기능 유지를 좌우하는 건 메티오닌(methionine)이라는 아미노산이었다. 암세포는 T세포를 '메티오닌 결핍' 상태로 만들어 공격의 예봉을 꺾었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시간대의 쩌우웨이핑(WEIPING ZOU) 면역학 교수팀은 3일 저널 '네이처(Nature)에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메티오닌은 사람의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로 단백질 속에 들어 있다. T세포와 암세포는 메티오닌을 놓고 다투는 관계다.
이 싸움에서 암세포가 이겨 메티오닌을 많이 빼앗아 오면 T세포는 암세포 공격 능력을 상실한다.
메티오닌 수치가 낮은 T세포는 히스톤 패턴이 변하는 메틸레이션(Methylation)을 일으켰다.
히스톤(histone)은 진핵생물의 세포핵 안에서 뉴클레오솜을 구성하는 기본 단백질로서 후성 유전 기제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염색질의 기본 단위인 뉴클레오솜은, 146개의 염기쌍 DNA가 4종의 히스톤 팔량체를 감싼 구조로 돼 있다.
히스톤 단백질에는 메틸화 외에 아세틸화, 인산화, 유비퀴틴화 등 여러 가지 번역 후 변형이 일어난다. 암세포가 메티오닌 수송체를 더 많이 가졌다는 사실이 하나의 실마리가 됐다. 이 수송체를 못쓰게 만들면 T세포를 더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또한 암세포의 메티오닌 결핍을 유도하는 기존의 항암 치료법에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T세포도 암세포 공격력을 유지하려면 메티오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암세포를 굶겨 죽이려는 의도였지만, T세포까지 무력화하는 결과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쩌우 교수팀은 신약 전문가들과 협력해, 암세포의 메티오닌을 억제하는 저분자 작용물질을 찾고 있다.
쩌우 교수는 "암세포와 T세포의 메티오닌 대사 경로가 어떻게 다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라면서 "이게 되면 T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의 메티오닌 대사만 억제하는 표적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미국 국립 암연구소(NCI)로부터 32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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