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흔한 2형 당뇨병은 신체 조직의 인슐린 내성이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환경에서 베타 세포는 끝없이 인슐린을 만들다가 탈진해 죽는다.
전체 환자의 약 10%를 점유하는 1형 당뇨병은 면역 과민 반응으로 베타세포가 파괴된다.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인 셈이다.
대부분 30세 이전, 특히 어린이에게 많이 발병하는 1형 당뇨병은 치료법이 없다. 생명을 유지하려면 계속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1형 당뇨병을 앓는 어린이는 흔히 수면 도중 혈당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저혈당증에 시달린다. 이런 저혈당증이 무서운 건 밤새도록 주위 사람이 알아채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자던 아이는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하는데 이런 걸 통칭 '침대 사망 증후군(dead-in-bed syndrome)'이라고 한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이런 수면 저혈당증을 예방하는 하이드로젤(hydrogel) 치료법이 미국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됐다.
글루카곤이 든 하이드로젤(물을 용매로 하는 젤)을 먹고 잠자리에 들면 저혈당이 왔을 때 글루카곤을 공급해 혈당을 안정시키는 기발한 투여법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노트르담대학 매튜 웨버 화학·생물분자 공학 부교수 연구팀은 19일(현지 시각) 미국 화학학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한밤중에 잠자던 아이에게 갑자기 저혈당증이 오면 부모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혈당을 체크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건 다반사고, 혈당이 안정되지 않으면 급히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위급 상황에서 글루카곤 주사는 일시적으로 혈당을 안정시켜 병원에 갈 시간을 벌어준다.
웨버 교수는 "글루코스(포도당) 반응 물질을 연구할 땐 보통 인슐린 공급으로 혈당이 치솟는 걸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라면서 "필요할 때 글루카곤을 분비하는 하이드로젤을 이용하면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혈당을 조절하는 주기를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물 실험 결과, 스파게티 국수와 비슷한 입체 그물망 구조를 가진 이 하이드로젤은 혈당이 떨어졌을 때 분해돼 글루카곤이 풀려 나오게 했다.
상용화 단계까지 가면 매일 밤 잠들기 전에 투여하는 게 이상적일 거라고 연구팀은 말한다.
웨버 교수는 "잠자리에 들고 세 시간 또는 다섯 시간 뒤에 저혈당이 온다고 치면, 기술적으로 그것에 맞춰 약물이 풀리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이런 약을 쓸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동물실험에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 하이드로젤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포도당이 있을 때 충분히 안정 상태를 유지하다가 부족할 때만 정확히 반응하는지, 유사 그물망 구조에서 미리 글루카곤이 새 나오지는 않는지 등을 검증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하이드로젤의 안정성과 반응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최대한 빨리 인간에게 쓸 수 있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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