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T세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퇴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액 면역의 중심인 항체가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을 차단한다면, 킬러 T세포는 감염 세포를 직접 파괴한다.
킬러 T세포의 공격 대상엔 암세포도 포함된다. T세포가 유망한 항암 면역치료의 중심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T세포의 숨겨진 강점은 여러 개 표적을 연속해서 파괴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하려면 T세포는 공격 무기인 독성 단백질을 계속 충전해야 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T세포가 어떻게 독성 물질을 계속 분비하는지 알지 못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과학자들이 마침내 비밀을 풀어냈다. T세포가 공격 무기를 계속 탑재하는덴 미토콘드리아가 핵심 역할을 했다.
케임브리지대 의학 연구소의 길리안 그리피스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5일(현지 시간) 저널 '사이언스'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그리피스 교수는 "킬러 T세포는 독성 물질을 재충전해야 자기 손상 없이 침입자를 계속 제거할 수 있다"라면서 "세심하게 균형을 맞춰야 하는 이 행위를 T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제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미토콘드리아는 보통 '세포 발전소'로 통한다. 하지만 이 경우엔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을 이용했다.
킬러 T세포는 성숙 과정에서 세포 내 포도당이 분해되는 해당(解糖·glycolysis) 대사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미토콘드리아는 T세포가 세포 용해 단백질(cytolytic protein)을 만드는 속도에 따라 표적 제거의 보조를 맞추게 제어했다. 실제로 미토콘드리아는 T세포가 세포 용해 단백질을 채우는 과정을 선별적으로 교란했다.
미토콘드리아가 단백질의 재충전을 차단하면 킬러 T세포는 지속해서 표적을 제거하는 능력을 상실했다. 미토콘드리아의 이런 개입이, T세포가 쉬지 않고 일해서 탈진하는 걸 방지하는 셈이다.
이런 조절 덕분에 T세포는 장기간의 면역 반응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표적을 제거할 수 있었다.
한편 그리피스 교수팀은 T세포가 암세포를 추적해 제거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T세포 길이는 10㎛(0.01㎜)로, 인간의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티스푼 하나 분량의 혈액엔 약 500만의 T세포가 있을 거로 추정된다. 이 영상에서 T세포는 적색 혹은 녹색의 무정형 방울(amorphous blobs)처럼 보였다.
암세포를 발견한 T세포는 외막 돌기로 암세포 표면을 탐색했다. 외부 침입자임을 알리는 신호가 확인되면 암세포와 결합한 뒤 미세소관을 통해 세포 독소 단백질을 먼저 주입했다.
암세포 표면에 구멍을 뚫고 적재된 세포 용해 단백질을 집어넣는 건 그다음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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