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일상 관찰하기 좋아 응급의학과 선택"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응급실은 흔히 전쟁터에 비유되지만,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이는 시장에 더 가깝다. 선(先) 진료 요구 청탁 전화부터 다 큰 아들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진료에 끊임없이 간섭하는 어머니. 지방 의사를 못미더워하고 불신하는 환자. 의사 말보다 자신의 진단을 더 믿는 환자와 보호자. 이 모든 에피소드 속 사람들이 모여 그려내는 풍경은 바로 한 지방병원의 응급실 모습이다. 10여 년간의 이런 응급실 분투기를 '의사가 뭐라고'라는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별칭 '괴짜의사' 곽경훈 울산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사진]를 만나봤다.
Q. 책(에세이)을 쓰게 된 이유가 궁금
학창시절부터 책에 파묻혀 살았다. 소설가를 꿈꿨지만, 그만한 재능이 없었다. 소설을 쓰려면 가공의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와 경험 등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부족했다. 반면, 에세이는 과거 경험했던 사건에 대해 새로운 해석, 나만의 관점을 부여하면 되기에 용기를 냈다.
Q.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어떻게 의대를 갔고 왜 응급의학과를 선택했는지
소설가이면서 의사인 작가들이 상당하다. <갈매기>를 쓴 안톤 체호프나 <닥터 지바고>의 저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등. 하지만 글로 먹고 살려면 일인자가 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프루스트가 "세상에서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정도니···.
아버지 권유도 의대를 가게 된 이유다. 다른 사람이 미워하든 싫어하든 신경쓰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는 성격을 가졌다. 그래서 동료들로부터 '괴짜·사이코'로 불렸다. 이런 성격을 간파한 아버지가 고시는 어렵고 회사생활도 힘들 것이라며 차라리 의사가 될 것을 권유했다. 까칠하고 독선적이면서 괴팍한 면이 사회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의대를 졸업한 뒤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것은 사람들을 관찰하기 좋기 때문이다. 보통 타인의 삶에 개입해 질문을 던지고, 내밀한 부분을 파고들면 사람들이 싫어한다. 그런데 응급실은 다르다. 어제 무엇을 했고, 지난 며칠간 한 일을 꼬치꼬치 물어봐도 거부감이 적다. 오히려 개입할수록 신경을 써준다고 생각해 환자들이 고마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