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기자/수첩]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는 제약회사 채용 상담을 받기 위해 일찍부터 몰려든 청년 구직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행사장 내부도 북적였다. 인사 담당자 2~4명이 배치된 제약회사 부스에는 현장 면접을 치르기 위해 대기 중인 지원자부터 취업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온 부모에 이르기까지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유한양행, 한미약품, 메디톡스 부스에는 상담 대기 줄이 행사장 밖 로비까지 길게 이어져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유명 맛집에서나 볼 수 있는 번호표까지 등장했다.
메디톡스는 홍보팀이 부스 옆 공간에 의자를 놓고 상담을 진행했고, GC녹십자는 대기자를 한 데 모아 단체 상담을 실시하는 등 몰려드는 구직자들을 감내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취재 요청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이 처럼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처음 개최한 채용박람회는 대박을 터뜨렸다. 제약·바이오기업 47곳을 비롯 보건산업진흥원,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 대학 등이 참여했으며, 5000여 명의 지원자가 행사장을 찾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당초 20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2.5배 많은 청년 구직자가 박람회를 방문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과거와 달리 제약·바이오산업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실감케 했다.
그동안 제약·바이오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국가 주력산업에 비해 주목 받지 못했으며, 잊을만 하면 터지는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신약 개발보다 제네릭 판매에 치중하다보니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의사나 약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당한 요구도 들어주며 수사 대상에 오르곤 했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업계가 조금씩,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바람은 2015년 한미약품의 초대박 의약품 기술수출에서 출발한다. 당시 계약 성사 소식은 R&D 중요성과 신약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에 불을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