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기획 2]올해 1월 20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첫 국내 확진자가 나온 후 약 두 달 동안 누적 환자 수는 9786명(3월 31일 기준)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출현했던 다양한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이번 코로나19는 낮은 치명도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확산 양상으로 전 세계에 공포감을 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3월 12일자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2월 18일 대구 신천지 교회 신도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폭증한 감염자로 인해 ‘마스크 대란’을 비롯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 현상들을 마주하고 있다.[편집자주]
코로나19 경제학
지난 3월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임시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인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코로나발 주가폭락’에 국내 시장은 맥을 못 췄다. 주가지수와 원화가치가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6%넘게 급락 출발하면서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개장 직후 발동되기도 했다. 사이드카는 올해 상반기에만 다섯 번 발동됐다.
국내 10대 그룹 총수의 주식 평가액은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 32조5650억원에서 40일 후인 2월 28일 27조9727억원으로 14.1%(4조5922억원) 줄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코로나19 추경을 넘어 ‘뉴딜’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추가경정예산 증액을 비롯해 정부가 재정 투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 또한 “세계 경제의 일시적 충격 후 반등(V자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L자 경로(경기 침체 장기화)마저 우려된다”며 “필요하다면 추경예산을 비롯해 추가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료 감면 혹은 유예도 검토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대구·청도·경산·봉화 지역의 건강보험 가입자 절반을 대상으로 3·4·5월 건강보험료 50%를 감면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료 액수가 하위 50%에 속하는 가입자에 대해 3개월간 보험료 50%를 감면해준다. 이에 투입되는 예산은 380억5400만원이다. 이에 따라 지역 가입자 39만328세대 및 직장 가입자 22만5332명이 감면 혜택을 본다.
또한 보험료 액수가 하위 20%에 속하는 가입자도 3개월간 보험료 50%가 감면된다. 직장 가입자 323만734명, 지역 가입자 126만9252세대가 대상이다.
이와 함께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유예 및 감면이 실제로 추진되면 건보료를 납부하는 개인 및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지만 수조원에 달하는 재정 충당 방안이 문제다.
의료산업도 실물경제 타격으로 침체
메르스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 특유의 ‘병문안 문화’가 개선된 것처럼, 이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움직임이 늘어났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이후 각 의료기관은 제약 및 의료기기업체 직원들의 방문을 전면 제한했다.
한국화이자제약과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한국MSD 등 다국적제약사를 비롯해 동아에스티, GC녹십자 등 국내 제약사들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대면영업이 제한되자 색다른 마케팅 방식이 등장했다. JW신약은 모션 그래픽을 삽입한 주요 제품 ‘스마트 e-카탈로그’를 개발해 활용하기로 했다.
JW신약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슈로 마케팅의 한계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신개념 e-카탈로그 시스템이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3월부터 시작되는 국내외 춘계학술대회 일정이 전면 취소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3월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국제학회는 모두 취소됐으며, 4월과 5월 개최도 장담하기 어렵다. 예년대로라면 춘계학술대회 시즌에는 매달 평균 50여개의 학회가 열린다.
해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주요 국제학회가 개최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코로나19 전파시기가 국내보다 늦어 상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알러지천식면역학회(AAAAI)를 비롯해 미국노인정신의학회(AAGP), 미국피부과학회(AAD), 미국내분비학회(ENDO), 미국심장학회(ACC) 등은 전면 취소됐고 유럽정신의학회(EPA)와 유럽부정맥학회(EHRA) 등도 무기한 연기됐다.
국내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도 취소
의료기기업계의 경우 연중 가장 큰 행사인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도 취소됐다.
국내 확진자가 20명 내외이던 2월 초까지만 해도 행사 주최측은 3월에는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예상 하에 개최를 강행했지만,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결국 취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매년 3월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KIMES는 국내 의료산업 관련 전시회 가운데 최대 규모로, 참가업체 관계자 및 방문객을 합하면 8만 명에 달하며 지난해에는 1400여개 기업이 부스를 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외 업체며 바이어들도 전 세계에서 방문한다.
이 때문에 이번 KIMES 개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다른 전시회와는 다르게 국내외의 의료인, 의료기사와 각종 병원 관계자들이 방문하는 전시회이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KIMES를 취소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KIMES 주최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이앤엑스 측은 “지역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까지만 해도 개최하는 쪽으로 비중을 뒀었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코엑스뿐만 아니라 다른 컨벤션의 경우 4월 행사까지 취소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앤엑스 관계자는 “모든 업체에게 참가 비용 100% 환불 혹은 오는 10월 개최되는 부산KIMES나 내년 서울 KIMES로 지불액을 이월하는 방안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